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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일기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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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들이 살던 동굴 벽에는 그들이 남긴 그림이 종종 발견된다. 그림은, 원시인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수단이었음을 알 수 있는 흔적이다. 그러나 그림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다 전하기 어렵다. 현대에도, 그림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 부분은 말로 보충 설명을 한다. 또 회의장이나 강의실에서 말로 다 전하지 못한 내용을 긴 글로 덧붙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글은 인간이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하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인 글은, 말처럼 어머니로부터 저절로 배우는 게 아니라 따로 교육을 받아야 된다. 또 글은 말과 함께 타인과의 소통이기도 하지만 실천이라는 의미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실천은 행동이며, 인간의 삶을 이루는 주체가 된다. 한 낱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분별심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다. 분별심이야말로 한 사람을 정직한 인간으로 키우는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는 분별심을 가지게 할 뿐 아니라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억압된 감정마저 다 뿜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억압된 감정이 쌓이면 사람을 병들게 하거나 죽음을 생각하게 만든다. 입시지옥에서 아이들을 건져낼 수 있는 방법에는,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글로 토해낼 수 있도록 합당한 교육을 받게 하는 일도 포함된다. 어릴 적부터 글쓰기로 자기표현을 한 어린이라면 적어도 성적순위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자녀를 정직하게 키울 수 있고 그들의 삶에 숨구멍을 열어주는 쓰기를, 시간이 허락되는 어머니는 직접 지도해도 좋을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먼저 메모하는 것과 일기 쓰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이끌어준다. 일기도 못 쓰는 아이에게 동시를 가르치고 독후감을 쓰게 하면 너무 어려워서 쓰는 일에 흥미를 잃고 만다. 일기를 꾸준히 쓰게 하면서 시를 많이 읽고 이해하도록 도와주면 좋다. 시에 나오는 어렵고 상징적인 어휘들을 하나씩 깨닫게 하면 독해력이 높아지고, 사물에 대해 이해하는 폭도 넓어진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올바른 문장 쓰기와 고쳐 쓰기는 처음부터 지도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차차 조금씩 가르치는 게 낫다. 맞춤법이라는 틀에 아이의 생각을 가두는 일보다 머리에 떠오르는 낱말들을 나열해 놓고 그것을 이어서 문장을 만드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는 게 좋다.

새해다. 가족 모두 일기 쓰기를 통해 자신을 정리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여기에 덤으로 글쓰기 공부마저 된다면 이보다 꿩 먹고 알 먹는 일은 없을 것이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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