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사회학회 '도덕성살리기 프로젝트'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경제위기와 더불어 혼란에 빠져있는 우리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국사회학회는 바로 '도덕'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흔히들 도덕이라면 진부하고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를 타계할 유일한 방법으로 '도덕'을 들고 나온것이다.

한국사회학회(회장 김문조 고려대 교수)는 한국사회를 살리는 첫 카드로 '도덕'을 택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경제가 어려운 지금 도덕성 회복이야말로 건강한 개인과 안정된 사회를 만들 수 있고 나아가 경쟁력 있는 기업과 국가를 이루기 위한 가장 필요한 도구" 라는 주장이다.

학회는 사회학을 일반인에게 알리기 위한 사회학르네상스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1년여 고심 끝에 도덕을 주제로 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대한민국은 도덕적인가'(동아시아펴냄)'라는 책을 최근 펴냈다. 여기서 경북대 김광기 교수와 대구대 이희영 교수를 비롯한 9명의 필진은 한국사회의 도덕성살리기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책임편집자인 김 경북대 사회교육학과 교수는 "우리가 눈치 보지않고 당당하게 나는 도덕적인가라는 질문을 했을때 과연 "예"라고 답할 수 있는 이가 몇명이 될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각자의 연구는 시작됐다" 며 "도덕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한국사회의 담론과 논쟁과 갈등의 문제를 다루어 현실감 있는 사례로 현장감을 더했다" 덧붙였다.

김 교수는 우리사회의 부도덕성을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에 그 원인을 찾았다. "현대사회에서 만개된 최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에 부여된 '노릇'을 불편하기 짝이 없는 허접쓰레기쯤으로 여기도록 만들었다"는 그는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부정과 불륜은 인터넷의 발달로 대규모로 용이할 뿐 아니라 연령층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대중화 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김환석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황우석 교수를 예로 들면서 과학시대의 도덕성을 살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과학자집단은 처음부터 정치경제적 권력에 의존해 성장해왔기 때문에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에 대한 의식은 외국에 비해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황우석이 국민적 영웅이 된 것은 그동안 하위권력이었던 과학기술 엘리트가 최상층 권력엘리트로 진출하고자는 열망과 그것이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음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과학적 기술의 맹목적인 육성만 알뿐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아무런 윤리적 성찰이 없는 정치권력과 과학권력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웅변해주는 사건이었다고 했다. 촛불집회 역시 시각이 다른 과학자들 사이의 뚜렷한 대립을 통해 과학의 불확실성과 비중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개인보다는 집단과 국가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집단의식과 도덕성에 대한 분석도 있었다. 김용학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번 생겨난 규범은 사회가 변해도 잘 바뀌지 않는 속성이 있다. 우리나라엔 어느 집단에 속한 사람이 범법을 저지르면 그 집단전체가 사죄해야하는 규범이 있다"며 "버지니아 공대에서 조승희 총기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졌을때 한국정부가 조문 사절을 파견해야한다는 주미대사의 발언이나 사건이 나자마자 짐을 싸서 미국을 떠난 한국인 유학생은 모두 이런 규범의 영향에 놓여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집단의식은 한국의 미래를 풍요롭게 할 긍정적인 희망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태안기름유출사건에서 보여준 국민의 봉사활동 등도 그 한 예라는 것이다. 그러나 민족적 순수주의, 학연이나 지연으로 연결된 집단주의 병폐와 왕따 현상, 중고생들의 성형열풍 등의 사례는 집단주의의 부정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희영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性(성)과 도덕의 관계를 다루었다. 그는 성과 규범들이 결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중립적이지 않고 흔히 생각하듯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전제한 뒤 도덕은 결코 성중립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을 폈다.

필진들은 한국의 미래는 신뢰와 도덕적 원칙, 개인적 자율, 상호주의, 공평성이라는 도덕적 패러다임이 얼마나 우리사회에 녹아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결론 지었다.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