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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기름 유출사고,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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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기름유출사고 수습에는 연말연시도 잊고 구슬땀을 흘린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큰 보탬이 됐다. 성탄절인 지난달 25일 자원봉사자들이 낙동강변에서 자갈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낙동강 기름유출사고 수습에는 연말연시도 잊고 구슬땀을 흘린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큰 보탬이 됐다. 성탄절인 지난달 25일 자원봉사자들이 낙동강변에서 자갈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8일 찾아간 낙동강은 기름투성이였던 얼마 전의 모습과 달리 깨끗해 보였다. 군데군데 흔적은 남아있었지만 기름 찌꺼기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낙동강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다. 지난달 22일 골재 채취 준설선에서 유출된 수백ℓ의 기름은 고령군과 달성군 사이로 흐르는 낙동강 수십㎞를 오염시켰고, 지자체의 부실한 방제 작업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낙동강 수질오염 사고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초기 대응부터 사후 수습까지 허점투성이

이번 낙동강 기름 유출 사고는 대응 전 과정에 걸쳐 허점을 드러냈다. 고령군청은 사고 발생일인 지난달 22일 방제에 나섰지만, '기름 유출량이 소량이다'는 골재 채취 업체 측의 말만 믿고 피해 범위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름은 이튿날 달성군 구지면 자모리와 오설리 강변을 오염시킨 후였다.

방제작업도 허술했다. 고령군청은 23, 24일 40~50여명의 직원들을 동원, 방제작업을 벌인 후 방제작업 완료를 선언했지만, 강변 모래틈과 바위 곳곳에 기름덩이가 여전히 얼룩져 있다는 본지 보도에 따라 27, 28일 이틀 동안 1천명이 넘는 인력을 동원해 뒤늦은 방제작업에 나섰다.

흙 속에 스며든 기름을 제거하기 위한 포클레인 등 중장비도 일주일이나 지난 28일에야 투입됐다. 그전까지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부직포로 기름을 닦아내다가 이날 중장비로 오염된 모래와 자갈을 걷어내는, 한박자 늦은 조치를 취했다. 전체적으로 허둥지둥하다가 큰 효과를 내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한 환경직 공무원은 "하천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기름이 모래 속으로 침투되므로 사고 발생 직후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오염된 흙과 모래를 한데 모으는 작업을 먼저 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일단 기름 확산부터 차단한 뒤 오염된 흙 등은 화학·열처리 방법을 통해 환원시킬 수 있다는 것. 대구시의 경우 하천 기름 유출 사고에 대비해 24시간 동원 가능한 중장비 기사 명단까지 확보해 놓고 있을 정도다.

◆수질 오염 사고 대응책 마련해야

이번 사고를 낙동강 오염 사고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사고 후 고령군은 낙동강 주변 주요 시설물과 사업장에 대한 긴급 점검을 벌이는 한편 수질 오염 사고 대응 지침을 담은 '매뉴얼'을 수정 보완했다. 각 골재채취장에는 사고를 대비한 150m 길이의 오일펜스를 상시 배치하도록 하고, 매주 한 차례 '환경 점검 대장'을 작성토록 제도를 강화했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모래채취 준설선에는 아예 각종 유류를 보관할 수 없도록 방침을 정했다.

경북도도 도내 23개 골재채취장에 대한 안전점검과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골재채취장 관리와 건설기계(준설선) 관리, 환경 보호 등으로 분산돼 있는 업무를 통합하는 '골재채취장 준설선 표준관리지침'을 제정할 계획이다. 골재채취장 작업시에는 오일펜스를 친 뒤 작업을 하도록 하고, 준설선이 침수돼도 엔진오일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구조변경을 요청하는 법안을 강구하고 있다.

낙동강에 대한 수질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120여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낙동강 수질감시단이 각 하천 지류를 통해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오염원에 대한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번처럼 낙동강 본류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발견조차 어렵다.

대구경북환경시민연대 안천웅 본부장은 "수질오염사고는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재빠르게 대응하는가가 피해 확산을 막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며 "정부 차원의 낙동강 개발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만큼 인근 지자체의 수질 오염 사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북도 환경정책과 김동성 과장은 "낙동강은 대구·경북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만큼 이번 사고를 계기로 만반의 대책을 세우고 하천 오염원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고령·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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