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생산기지인 포항 철강공단과 구미 국가산업단지는 정적만이 흐른다. 올해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지원기관 모두 '정말 어렵다'는 대답뿐이다.
포항과 전남 광양, 충남 당진, 경남 창원·함안 등에 본거지를 둔 국내 주요 철강업체 CEO들은 약속이나 한 듯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 "모르겠다. 점칠 수가 없다"며 안개 속 시황이라고 했다. 철강업 경기회복은 올 4/4분기 이후에나 기대해볼 수 있다는 우울한 예측도 있다.
◆포스코, 관심 한몸에=아무래도 일반의 관심은 포스코로 집중되고 있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지난 5일 대한상의 신년인사회에서 당초 밝혔던 지난달과 이달의 감산기조가 1분기 내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회장은 또 "종전 연간 또는 분기별로 수립하던 경영계획을 올해는 월 단위 또는 주 단위로 세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비상상황임을 인정했다.
포스코의 경우 조선업체들에 공급하는 후판(厚板)을 제외한 냉연강판·자동차강판 등 주요 생산품목 수요의 10%선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감산기조가 연중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많다.
다만 포스코는 포항신제강공장, 광양 후판공장, 자동차강판생산라인 등 6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사업은 예정대로 하겠다고 밝혀 그나마 위안을 주고 있다.
◆전기로업계, 정부 사업에 학수고대=철근·형강 등을 생산하는 전기로 철강업계는 포스코와 사정이 약간은 다르다. 중간재를 생산하는 포스코 같은 일관 제철업계가 1년 내내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라면 철근 등 직접 소비재를 만드는 전기로 업체들은 정부를 향해 목을 쭉 빼고 있다. 4대 강 유역 정비를 비롯한 대규모 SOC사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관급공사가 조기 발주될 경우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동국제강 전병로 상무는 "정부 발주 SOC 사업이 철강업 경기회복에 대한 심리적 기대감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철근·H빔·쉬트파일과 강관류·철도레일 등이 관급공사에 많이 들어가는 품목이다.
현대제철 김정호 부장은 "내수 부문의 경기침체도 문제지만 원/달러 고환율이 지속되는 것도 악재"라며 수요와 환율이라는 두가지 악재를 동시에 돌파해야 하는 것이 업계 전체의 부담거리라고 했다.
◆철강공단, 하루살이 경영=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박재호 전무는 "이런 변동성이 큰 요인들 때문에 전기로 업계는 당일 주문량에 맞춰 조업일정을 짜는 '하루살이 경영'을 올해 내내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포항상의 김재홍 사무국장은 "한국 철강업은 위기를 맞은 중국 철강사들의 운명을 건 저가수출과 국내 조선·건설사들의 구조조정 내용, 신뉴딜 정책을 펴는 미국의 보호무역 여부 등 국내외의 굵직한 정책적인 변수에 따라 올 3분기 이후에나 경기향방에 대한 가늠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바일·디스플레이, 답답하긴 마찬가지=구미국가산업단지 내 모바일, 디스플레이 관련 대기업을 비롯한 중소 수출업체들 역시 철강업계와 비슷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예정된 정기인사 이후 사업계획이 나올 예정.
구미지역 57개 수출업체들은 올해 전년 대비 적정 환율·손익분기점 환율·경영계획 수립 환율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올 경영계획 수립환율은 1천175원으로 지난해 912원과 비교해 262원이나 높으며, 이같은 상향 조정은 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LG전자, 고환율을 기회로=위기를 기회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원/달러 환율급등이 미국과 일본의 경쟁사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게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기회를 활용해 TV 부문은 2010년까지 200억달러 매출을 목표로 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태양광에너지 사업화에도 발빠른 행보를 보인다. 지난 10월 구미 PDP모듈 A1 생산라인을 태양전지 생산라인으로 전환, 2010년 말까지 2천200억원을 들여 연산 240㎿ 규모의 자체 태양전지 생산라인을 건설키로 했다. LG전자는 우선 올해말까지 120㎿ 규모의 태양전지 생산라인 1기를 먼저 구축하기로 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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