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장차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대중문화 관련 일을 하고 싶어하는 고1 학생의 엄마입니다. 방학이 되자 컴퓨터에서 영화나 음악, 만화를 다운받아 밤낮없이 화면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책을 읽든지 공부를 하라고 해도 전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지도하고 설득해야 할지 조언 부탁합니다.
A: 모든 문화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적 측면과 그 현상을 떠받치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디지털(digital) 문화 전반을 빙산의 일각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빙산을 물 밑에서 받치고 있는 밑둥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며 자녀와 대화를 나누어 본다면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밑둥치는 바로 아날로그(analogue)적인 것들입니다. 디지털 세계에서 경쟁력을 가진 사람이 되려면 아날로그적인 기초가 탄탄해야 합니다. 드라마, 가요, 영화, 온라인 게임, 패션 등을 포함한 대중문화 전반이 디지털적 요소들의 총체라고 한다면 고전작품과 동서양의 철학사상, 문화사 등은 아날로그적인 것들의 총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부모님들은 아날로그적인 것들 중에서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는 인문적 교양, 고전 작품, 철학, 문화사적인 소양 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아야 합니다. 정약용과 박지원, 홍명희와 박경리, 서정주와 김수영,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발레리와 릴케를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디지털 세계에서 날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질 것입니다. 공자와 맹자,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를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도 생각해 보십시오. 요즘 학생들이 고전작품을 읽지 않는 것을 그들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한 쪽이 기성세대이고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한때 아시아를 열광하게 했던 한류 드라마들이 지금은 인기가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한류에 대한 견제도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판에 박힌 스토리에 식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드라마 제작상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참신한 스토리, 탄탄한 서사적 구조를 창조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미지와 스토리가 부가가치 높은 생산 자원이 되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고전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지금 한류가 위기라고 말합니다. 그 위기의 근본 원인은 창의력 빈곤입니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고전을 읽으며, 그 핵심 주제를 오늘의 상황에 창의적으로 접목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학문이든 대중문화든 기초가 빈약한 사람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며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이 훗날 직업적 승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실장·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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