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개인정보가 담긴 공공기관의 기록물 폐기 관리가 허술하다는 내용의 '당신 월급명세 고물상도 안다'라는 보도(본지 12일자 1면) 후 최근 문서 처리를 의뢰한 대구경북 자치단체, 교육청, 금융기관들이 재활용업체나 고물상에 파쇄(잘게 부수는 것)나 용해(물에 녹이는 것) 여부를 확인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민들도 "공공기관의 기록물을 통해 개인정보가 이렇게 광범위하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줄 전혀 몰랐다"며 "이번 기회에 정보가 담긴 문서는 폐기 즉시 파쇄나 용해 처리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경북지역 폐기문서들의 수집, 흐름, 수출, 문제점들을 분석했다.
◆어떻게 수집되고 어디로 흘러가나=공공기관을 제외한 개인병원, 백화점, 대형소매점, 법무사사무실, 변호사사무실, 보험회사 등의 기록물들은 통상 동네 고물상으로 모인다. 이들 민간업체들의 폐기문서는 개인의 사생활 관련 정보를 담고 있다. 폐기문서는 요즘 1㎏당 20, 30원 정도에 수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공기업, 교육청, 학교 등 공공기관의 폐기문서는 1㎏당 30, 40원에 재활용업체에 모인 뒤 일부 선별과정을 거쳐 다른 재활용업체나 제지업체로 넘어간다.
◆지난해 폐지 수출은 중국, 대만, 베트남, 인도 순=국내 폐지의 수출입량을 살펴보면 2007년 수출 46만t, 수입 118만t, 2008년(11월말 기준) 수출 27만t, 수입 122만t이다. 폐지 수출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약 30만t으로 추정되고 물량은 중국, 대만, 베트남, 인도 순이며 전체 수출량 가운데 70, 80%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수출 폐지에는 민간업체나 공공기관의 폐기문서가 상당수 포함돼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지업체에 넘길 때보다 수익성이 좋을 경우 개인정보가 담긴 폐지는 수출업체쪽으로 흘러간다.
◆보이스피싱에 개인정보 유출?=중국, 대만 등 동포 이용 신종 보이스피싱(전화를 이용한 사기)이 극성을 부리는 것과 폐기문서 수출국 순위가 일치하는 것은 우연일까? 폐지 수출업체 관계자들은 "개인정보도 국가기밀에 포함되는데 중국, 대만, 베트남, 인도 등으로 수출돼 북한까지 정보가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보이스피싱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것을 보면 폐지 수출을 통해 중국의 전화금융사기단들에게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있다고 했다.
◆법률상 문제점은 없나=현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은 주로 컴퓨터 등에 의해 처리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구성된 개인정보파일에 기록된 개인정보, 즉 온라인상의 정보보호에 치중돼 있다.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된 '개인정보 보호법안'엔 전자적으로 처리되는 개인정보 외에 수기문서까지 개인정보의 보호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아직 심의 중이다. 전자결재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온라인상의 개인정보라도 보고를 위해 출력을 할 경우 바로 오프라인 상의 문서, 즉 기록물로 쉽게 바꿀 수 있다.
오프라인 상의 폐기문서들도 이전엔 대부분 온라인 상에서 처리됐던 기록물로 동전의 앞면과 뒷면에 해당할 정도로 같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소홀히 취급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산·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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