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미네르바 斷想

인터넷도 엄연한 국정감시 매체/권력 입맛대로 단죄해선 안돼

미네르바 구속, 어쩌면 이렇게 파시스트적인 냄새가 날까. 일개 네티즌의 의견이 반정부적이라고 하여 이런 옹졸한 수단과 방법으로 구속해 버리다니. 개인의 글 하나가 외환시장과 우리나라 국가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이 말도 안 되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정말 미네르바라는 한 개인이 惑世誣民(혹세무민)한 걸까. 정부의 계속되는 실정이 오히려 영웅이 되고픈 한 소시민을 실제 영웅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이번 사건을 다루는 일부 언론의 논조는 더욱더 폭력적이다. 그들의 냉소 어린 시선은 한결같이 미네르바의 출신 성분, '공고와 전문대학을 나온 30대 무직자'라는 점만을 정향한다. 일개 전문대 출신에 그것도 백수인 한 놈팡이에게 놀아난 너희들은 얼마나 무지한 인간들인가라며, 미네르바를 '인터넷경제대통령'으로까지 칭송한 네티즌과 소수 공식지성들을 공개적으로 힐난한다. 이번 사건의 본질과는 걸맞지 않은, 점잖지 않은 회초리다. 아니, 좀 과장되게 말한다면 이건 분명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전문대 출신에 30대 백수들' 전체를 폄하하는 부당한 폭력이자, 인간 존엄성에 대한 치유치 못할 모욕이다. 그것도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해하는 이번 사안에 대해 오히려 비판에 나서야 할 언론에서 나온 폭력이라 안타까움은 배가된다.

현대사회에 있어 인터넷이라는 공간과, 그 속에서 자생적으로 싹튼 각종 카페, 아고라, 블로그 등은 그 표현 방식이 때론 과격하고 난삽하거나 거칠어 보인다 하더라도 분명 권력에 대한 국민의 역감시로서의 순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인터넷 개별 사이트에 개설된 자유게시판이나 다음 아고라와 같은 포털사이트의 토론방은 미네르바와 같은 인터넷 논객들을 양산하고 그들이 주고받는 의견들은 열린 광장에 공개되어 때론 냉혹한 비판과, 때론 열렬한 지지로 이어지는 철저한 상호 검증의 절차를 밟는다. 그런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참논객들은 또한 그들만의 리그를 거쳐 결국 고수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이렇게 인터넷은 학벌도, 인맥도, 학연도, 재력도 존재하지 않는 순수 무공해 실력만으로 고수의 서열이 정해지는 비정한 강호의 세계에 다름 아니다. 어쩌면 검은 돈의 유혹과 인맥, 학연의 부정이 판을 치는 오프라인의 학자들, 대학교수들, 정부관료들보다 그 내공이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 그런 곳에서 탄생된 한 논객이 정부의 실정과 낙관을 걱정 비판하고, 나아가 우리 경제를 암울하게 전망했다 하여 구속까지 된다면, 또한 학벌과 인맥과 학연과 재력도 없는 싸구려라고 조롱받는다면, 이거 정말 어떻게 우리나라를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물론 미네르바의 자기 이력에 대한 거짓말이라든가, 도를 넘은 격앙된 표현까지 옹호할 생각은 없다. 익명성에 기댄 자기 포장과 허위 정보 유출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이번 사건의 본질과는 크게 어긋나 있다. 뚜렷한 불법성이 없는 이상 그건 한 개인의 철저한 자기고백과 반성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권력이 나서 구속 수감시키고, 더 나아가 공개적으로 망신주고 반성시킬 사안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권력이 앞장섰다. 새로운 우익단체에 의해 역사가 골병들고, 시험을 거부한 교사들이 파면되고… 정말 무서운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올더스 헉슬리는 자신의 소설 에서 '권력은 고통과 모욕을 가하는 데에 있는 거야. 권력은 인간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서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형태로 다시 짜 맞추는 데 있는 거야'라고 일갈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위에 눕히기만 하면 '긍정과 희망의 전사'로 개조되는 그런 암울한 시대는 결코 회귀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의 합당한 결론은 법정구속이 빚어낸 공포가 아니라 정부 경제팀들의 피를 깎는 노력과 열정으로 이룩된 결과물이어야 함을, 또한 국민이 선사한 권력은 국민 개개인의 인권을 철저히 짓밟고 파멸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자유와 반항'만이 인간의 참된 본질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하자.

우광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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