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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룸살롱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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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빛이 바랜 지는 오래됐다. 1인당 지역총생산(GRDP) '전국 꼴찌' 타이틀을 연속 16년째 보유하다 보니 이제는 지역민들도 이를 크게 불명예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엊그제 눈에 번쩍 띄는 기사가 있었다. 국세청이 발표한 유흥업소 실태조사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접대부와 무대 등 일정 시설을 갖춘 룸살롱과 단란주점, 나이트클럽 등 특별소비세 대상인 유흥주점이 전국적으로 7천240개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이 중 대구경북지역 내 유흥주점 수는 1천118개로 나타났다. 무려 전체의 15.4%를 차지한 셈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게 계산기다.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는 대략 4천860만 명. 대구가 246만, 경북을 260만 명으로 보면 대구경북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인구 비중은 10.4%다. 그런데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지역의 비율을 보면 대구 3.25%, 경북 6.72%, 합계 9.97%로 인구 비중보다 약간 낮다. 즉 대구경북민의 1인당 생산액이 전국 평균치를 조금이나마 밑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유흥주점 수가 전국의 15.4%나 된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 비록 산업시설은 뒤떨어지지만 유흥주점도 분명 주요 서비스산업으로 GR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렇게 많은 유흥업소를 가진 대구경북 경제가 왜 타 지역에 비해 허덕이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해답은 금세 나온다. 이들이 납부한 특별소비세액에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유흥업소가 납부한 특별소비세는 1천564억 원. 그런데 대구경북 유흥업소가 납부한 금액은 109억 원으로 전체의 7%밖에 되지 않는다. 주점 수는 전국의 15%를 넘는데 납부 세액은 7%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만큼 지역의 유흥업소가 상대적으로 영세하다는 얘기다. 숫자만 많았지 지역경제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뜬금없이 유흥업소 얘기를 꺼낸 것은 혹시나 대구가 과거 '소비 도시'로서의 흔적이라도 남겨 놓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였다. 생산이 부족해도 소비가 받쳐주면 경제는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올해는 이 수치마저 더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윤주태 논설위원 yzoot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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