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랑의 유효기간이 15개월이란 가설을 뒤집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더 타임스는 지난 4일자 보도를 통해 미국 뉴욕의 스토니브룩 대학의 아서애론 교수팀이 자기공명영상(MRI)을 활용한 뇌 스캔 연구결과 '사랑은 21년 이상 지속 가능하다'란 결론을 도출했다고 전했다. 뇌의 화학적 작용에 의해 사랑이란 감정을 밝혀온 수많은 연구 결과 중 하나였지만 기존 가설과 다른 결론을 내리면서 학계의 관심과 함께 수많은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수년간 '사랑'이란 인간의 감정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려는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과연 사랑이란 감정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까. 학계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사랑의 유효기간, 3년 vs 21년
'사랑의 유효기간'에 관한 연구 중 세계적인 지지를 받은 가설은 지난 2000년 미국 코넬대학 인간행동연구소 신디아 하잔 교수팀이 만든 '3년 이내의 유효기간'이다. 신디아 하잔 교수팀은 사랑의 지속 기간과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2년에 걸쳐 다양한 문화집단에 속한 남녀 5천명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호르몬 작용을 관찰했다. 관찰 결과 사랑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등의 화학물질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줄어드는 현상을 발견했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는 시기에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진 '도파민'과 사랑에 빠졌을 때 만들어지는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등이 2년 후부터 급격히 줄어들고 오히려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사랑을 시작한 지 18개월에서 30개월가량이 지나면 대뇌에 항체가 생겨 사랑의 화학물질이 생성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사랑의 감정이 자연스레 변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와 달리 미국 스토니브룩 대학의 연구진은 지난해 사랑에 빠진 지 1년 된 집단과 21년 된 집단의 뇌 사진을 통해 기존 가설을 뒤집었다. 연구진은 '배우자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17명의 표본 집단을 선정, 이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을 활용해 뇌 스캔 사진을 찍었다. 확인결과 이들의 뇌에선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 단계에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진 '사랑의 화학물질'이 그대로 분비되고 있었다. 이들의 결혼 기간은 평균 21년이었다. 연구주임인 아서 애론 교수는 "이는 10년을 넘는 사랑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기존 관념과 완전히 다른 결론이며 노년 부부 중 10%가량이 이런 사랑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랑의 가설, 맹신은 금물
이 같은 가설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들은 조심스러운 해석을 내놓는다. 우선 인간의 행동을 뇌의 특정 부위와 연관시키는 것 자체가 '가설'이라는 것을 명확히 한다. 뇌의 특정부위가 활성화돼 있다는 것이 특정 행동을 유발시키느냐는 것에 대해선 과학적으로 입증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 즉 경험을 통해 인지한 것이며 이를 입증해내려는 시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험과 이론을 통해 뇌 과학적인 시도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인간의 행동 패턴과 심리상태를 바탕으로 한 결론을 무조건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하기도 한다.
또 호르몬 작용이 먼저인지, 환경변화가 먼저인지에 대한 판단이 애매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신중히 판단할 것을 권유한다. 전문의들은 개인의 의지나 명확한 현실 인식을 통해 사랑의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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