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보문단지 신라밀레니엄파크 내 숙박시설인 라궁(羅宮)이 자랑하는 한식 레스토랑.
최근 이곳에서 열린 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100여명의 손님들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저녁 식사를 해야 했다. 추위 때문이었다. 문틈으로 차가운 칼바람이 들어와 웃옷을 벗을 수 없었던 것이다.
1층 호텔 프런트는 아예 전기스토브를 사용하고 있었고, 호텔 로비는 앉을 자리가 부족한데다 내부 온도가 낮아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로비에서 행사 참가자들을 기다리는 일부 손님들은 추위를 참다 못해 발을 굴리는 모습도 보였다.
보문단지 내 숙박시설 중 가장 비싼 요금을 받는 곳에서 본 이날 광경은 국내 최초 한옥호텔, 신라의 궁궐이라고 자랑하는 회사 측의 자랑을 비웃게 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찬바람이 문틈으로 들어와 그렇다. 한옥 구조상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한옥이 외풍에 약하다는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 당연히 건물 설계 과정부터 이런 부분이 고려돼야 했다. 난방시설을 갖췄다고 하지만 외창만 하나 달랑 달아놓으니 문틈으로 들어오는 칼바람을 이겨낼 재간이 없는 것 아닌가.
이 호텔의 하루 숙박비는 밀레니엄파크 입장권 포함 2인 기준 평일 30만원, 주말 35만원이다. 주말 경우 1인 추가 때마다 어른은 14만원, 어린이는 10만원을 더 받는다. 보문단지에서 가장 비싼 요금이기에 이용자들은 그에 걸맞은 혜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곳을 찾는다.
그런데 더 나은 서비스는 고사하고 호텔 로비와 레스토랑에서 반기는 건 찬바람과 추위다. 우리가 알고 있는 특급호텔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경주시민은 "경주에 이런 한옥호텔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왔는데 실망했다"고 했다. 회사 측은 "방은 3중 창으로 되어 있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시설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경주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까 조바심이 난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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