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글로벌 대경인]도요타자동차 근무 영진전문대 졸업 김현성·김기태

김현성(27)씨는 세계 굴지의 자동차 기업인 일본의 도요타에서 일한 지 이제 막 1년을 넘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물 선 일본에서 일하며 생활하는 것이 막막했으나 성실히 앞만 보고 달려온 그는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일본 기업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아직도 어려움이 많지만 지금의 제 생활에 만족합니다."

2007년 2월 영진전문대 기계과를 졸업하면서 일본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확정되었다. 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학생들을 가르치는 '주문식 교육'으로 잘 알려진 영진전문대는 2006년 하반기 무렵 기계과의 전상표 교수, 조여욱 교수 등이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국 인재들의 우수성을 알리고 다녔고 도요타의 협력업체인 트랜스 코스모스와 학생 연수 및 고용 협약을 체결했다.

김씨는 이 한·일 산학협력 프로그램에 의해 2007년 11월 트랜스 코스모스에 취업하게 됐다. 김씨는 졸업 직후 8개월간 일본어 공부에 매진했으며 일본으로 건너간 후 도요타 기술센터에 파견돼 자동차 성능개발 기획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의 연비, 출력 등 여러 성능을 살핀 후 성능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기획해 제안하는 것이 제 업무입니다. 이제 걸음마를 갓 뗀 수준이라 모르는 것이 많고 그 때문에 일본인 상사에게 혼도 많이 나지만 배우는 것이 많아 새롭습니다."

김씨는 일본인 동료들의 철저하고 꼼꼼한 일 솜씨에 놀랐다고 한다. 일본인 근로자들이 '최고의 차'를 만들어내기 위해 분야별로 정밀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보고 듣던 것 이상의 '충격'을 느꼈다. '불량률 제로'를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끊임없이 회의를 거듭하며 토론하고 경영 혁신을 추구하는 '도요타 정신'의 치열함도 혀를 내두르게 하는 것들이었다.

김씨와 같은 시기에 영진전문대 출신으로 일본의 기계공업 계열 기업에 취업한 이들은 10여명선. '1기'격인 김씨 동기들 이후에도 취업자들이 늘어나 현재 50여명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영진전문대는 앞서 일본의 IT관련 기업과 관광계열 업체 등에 졸업생들을 진출시켰지만 2007년부터 일본의 기계공업 계열 업체에도 졸업생들을 진출시키고 있다. 김씨의 대학 동기이자 트랜스 코스모스 입사 동기인 김기태(28)씨도 땀을 흘리며 열심히 살고 있다. 김기태씨는 자동차 성능 개선 제안을 현장에서 적용해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김기태씨는 "일본어가 서툴러 처음에는 애를 먹었지만 점차 적응하면서 중요성이 큰 업무를 맡게 됐고 일본인 동료 직원들과 때로는 격론을 벌이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나고야에 살면서 기차로 1시간 남짓 걸리는 도요타시(市)의 도요타 본사에 출퇴근한다. 최근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여파로 한창 잘나가던 도요타도 조업량이 줄어들어 잔업이 감소하는 등 변화를 겪고 있지만 일하다 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그렇게 일본의 일상에 젖어들면서 타국살이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지만 고국의 가족과 친구들이 보고 싶은 향수병은 어쩔 수 없다. 구미 출신인 김현성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구미에 있는 부모님, 여동생과 화상 채팅을 하면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대구 출신인 김기태씨도 인터넷으로 고국 소식을 파악하면서 대구의 부모님, 구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형과 안부를 주고받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농구 선수로 대구를 대표해 소년체전에도 출전한 적이 있는 김기태씨는 운동선수 출신답게 성격도 털털해 일본인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부모님을 일본으로 초청, 구경을 시켜 드리기도 하는 등 효자 노릇도 톡톡히 했다. 김현성씨는 일본인 여자친구보다는 한국인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만나기가 쉽지 않다며 웃었다.

이들은 1년에 한두 번 정도 휴가차 귀국하게 되면 한국에 있을 때는 미처 소중하게 여기지 못했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과 진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한국식 여가'로 일본 생활의 스트레스를 푼다. 또 얼큰한 한국 음식을 푸짐하게 먹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김기태씨는 "일본인들은 회식을 하더라도 조금 먹고 조금 마시며 빨리 헤어져 잘 놀 줄을 모릅니다. 그래서 부대끼며 사는 한국적 생활방식이 그리워지곤 하지요"라고 말한다.

이들과 달리 간혹 향수병을 이기지 못해 1, 2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한국인 직원들도 있다. 도요타에는 한국인 직원뿐 아니라 미국인, 중국인, 필리핀인 등 많은 외국인 직원들이 있으며 이들은 알게 모르게 향수병을 앓고 있다. 일본에서 열심히 살다가도 문득 고국의 가족과 친구, 음식 생각이 간절해지는 고비를 맞게 되는데 이를 잘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현성씨와 김기태씨는 최소한 5년 이상 일본에 머물면서 일본의 선진 기술과 뛰어난 조직 문화를 배운 뒤 나중에 한국 기업에서 경험을 활용해보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 진출해 일하는 것은 기회이자 도전이지만 확고한 목표 없이는 버티기 힘든 측면도 있습니다. 어렵더라도 목표를 되새기다 보면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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