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잊지 않겠습니다

내일(20일)은 미국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취임식이 열리는 날이다. 작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초선 상원의원인 오바마가 당선된 것은 엄청난 이변이었다. 흑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건국한 지 232년, 노예해방 선언을 한지 145년, 그리고 M. L. 킹 목사가 인권대회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인종차별을 받지 않을 꿈이 있습니다."라고 외친 지 35년 만이다.

오바마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미국의 변화를 줄기차게 강조해 왔는데 난관에 처한 세계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세계인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당신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읍니다. 번영된 조국,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모든 것을 받치겠읍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후보 시절 국립현충원에 가서 방명록에 남긴 문구이다. 이 문구는 '않겠읍니다'와 '받치겠읍니다'란 잘못된 표기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여론의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읍니다'는 과거에는 'ㅅ' 받침이 있으면 '했읍니다, 먹었읍니다' 등으로 표기하였으나 현행 표준어 규정에는 'ㅅ' 받침 여부와 상관없이 '-습니다'로 통일하여 구분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모음으로 끝나는 경우에는 '-ㅂ니다'로 '모음니다, 기쁨니다'가 아니라 '모읍니다, 기쁩니다'로 적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방명록에 나오는 '않겠읍니다, 받치겠읍니다'는 '않겠습니다, 바치겠습니다'의 잘못된 표기이다.

지금까지 '-습니다'에 대해 알아보았지만 '-습니다'를 명사화하면서 '했음'인지 '했슴'인지를 구분하지 못해 문의해 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한글 맞춤법 규정에 보면 명사로 될 때는 명사형 어미 '-음'이 오게 된다. 따라서 '했음, 먹었음'으로 써야 한다. 덧붙여 '-ㅁ/-음'이 붙어서 명사로 될 때 그 어간의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는 규정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가다/감, 묶다/묶음, 웃다/웃음 등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나 받침에 'ㄹ'이 있을 경우에는 착각하기 쉽다. 이때는 'ㄹ'받침에다 'ㅁ'을 같이 쓰면 된다. 다물다/다묾, 맴돌다/맴돎, 베풀다/베풂, 편들다/편듦, 휩쓸다/휩쓺 등으로 쓰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새 출발에 대한 기대 못잖게 작년 이 대통령의 취임 때 우리 국민들은 희망에 부풀었다. 그렇지만 작년 한 해 대내외적으로 처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볼 때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글 맞춤법의 오류는 '아량'으로 넘길지 모르나 국정운영에서만큼은 잘못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되겠기에 집권 2년을 맞는 올해에는 시행착오 없이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해주리라 기대해 본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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