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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기업 '푸드마켓' 기부 말랐다

▲ 가게 형태의 음식나눔 공간인 달서구 본동종합사회복지관
▲ 가게 형태의 음식나눔 공간인 달서구 본동종합사회복지관 '본동 푸드마켓'에서 저소득층 시민들이 기부 받은 식품을 무료로 가져가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6일 오후 2시쯤 대구 달서구 본동 주공아파트에서 만난 김정숙(82) 할머니는 모처럼 양손이 무겁다. 집앞 '푸드마켓'에서 장을 봤다고 했다. 할머니의 장바구니에는 밀가루, 라면 3봉지, 장조림, 구운 김이 들어 있었다. "효자가 따로 없어. 이런 가게라도 없었으면 우리처럼 혼자 사는 노인들은 꼼짝없이 굶어 죽었을 거야." 할머니의 한달 생활비는 7만원. 푸드마켓을 알기 전만 해도 경로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 등으로 받는 20만 원에서 난방비, 세금 등을 빼고 나면 라면 하나를 사기도 빠듯했다.

생필품과 식료품을 나눠 주는 '푸드마켓'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 노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푸드마켓은 대구에 3곳뿐인데다 품목도 30여가지에 불과해 더 많은 저소득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기부가 더 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33㎡ 남짓한 본동 푸드마켓 안에서는 10여 명의 할머니들이 진열대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식료품과 생필품을 고르고 있었다. 진열대에는 라면, 과자, 밀가루 등 10여 가지의 식료품과 샴푸, 비누, 치약 등 30여 가지의 물건이 있었다.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푸드마켓은 저소득 이웃 중 연령이나 부양자 유무 등 가정환경을 따져 회원으로 선발한다. 현금 대신 쿠폰이나 카드를 쓰는데 회원은 월 3만원어치의 물건을 공짜로 가져갈 수 있다. 대구에서는 2004년 성서 푸드 마켓이 처음으로 생긴 데 이어 지난해 3월 남산 푸드마켓, 본동 푸드마켓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푸드마켓은 문을 여는 오전 10시부터 문을 닫는 오후 5시까지 노인들로 항상 북적인다. 경로당 구실도 톡톡히 한다. 복지관 직원들이 수시로 푸드마켓을 방문해 가게를 찾은 노인들의 안부를 묻거나 건강상태를 체크한다.

본동 푸드마켓의 경우 지난해 모두 2억원어치의 생필품과 식료품을 기부받아 회원 500여명에게 도움을 줬고 남산 푸드마켓도 1억여원 상당의 물품을 500여명의 회원에게 전해줬다.

하지만 푸드마켓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기부 수준으로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푸드마켓 운영이 전적으로 기업체 등의 기부에 의존하다 보니 혜택을 보는 이들이 한정될 수밖에 없고 물건 종류도 수요자들의 요구에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지역 업체의 경우 기부 참여가 거의 없어 문제다. 푸드마켓은 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어 기부자의 음식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는데도 사고를 우려해 기부를 꺼리는 업체가 많다는 것이다.

본동 푸드마켓 한 관계자는 "도움을 주는 50여곳의 업체들은 경남 등 대구 외의 지역에 몰려 있다"며 "지역의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에 지역 기업들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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