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명절은 유난히 팍팍했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1월 휴업 상태에서 설 연휴를 맞으면서 수입에 비해 체감지출이 컸다. 2월 역시 사업장 정상조업 여부를 알 수 없어 가계 지출에 대해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설 명절 지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긴축재정 방법을 살펴봤다.
▶설 명절 지출, 그 이후
지난해 남편이 정년 퇴직한 박진순(53)씨는 올해 첫 수입 없는 설 명절을 보냈다. 매년 명절 때마다 50만원씩 '떡값' 명분으로 나오던 수입이 없어지자 체감 지출 정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박씨는 이에 제사 음식 품목을 줄였다. 하지만 지출은 작년과 비슷한 30만원대. 물가가 올라 장만 음식수를 줄여도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결국 2월 생활비를 아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강문식(32)씨도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최근 회사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각종 수당을 깎는 바람에 수입이 과거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향 가는 왕복 차비와 부모님 용돈을 드리고 나니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졌다. 강씨는 2월부터 술자리와 외식 등 각종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명절 지출을 줄인 데 반해 체감지출 정도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각 가정에서 명절 선물비용과 제수용품비를 줄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높은 물가상승률과 줄어든 월급으로 인해 오히려 체감지출도는 훨씬 컸다. 또 경기가 나빠질 것이란 우려로 인해 서민 대부분이 지갑을 닫으면서 예년에 비해 들어오는 선물의 양도 줄었다. 민은희 전국주부교실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주부들이 계획적인 지출로 명절 소비를 줄였지만 지난해에 비해 물가가 16%나 오르는 등 주변 악재가 많아 체감지출 정도가 컸다"고 말했다.
▶설 이후, 일주일 버티기
결혼 10년차 주부 설민희(40)씨는 설 연휴가 끝난 후 요리책 삼매경에 빠졌다. 설 음식으로 반찬을 만들어 식재료비를 줄여볼 요량으로 꼼꼼히 살피고 있다. 차례를 지낸 후 밥반찬으로만 먹던 방식에서 탈피, 메뉴 개발을 통해 최소 1주일 이상 새로운 음식을 만들 계획이다. 설씨는 "탕국을 이용한 육개장 소면말이와 버섯전 섞어찌개 등 다양한 음식이 많아 이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희숙(35)씨도 먹을거리 설 선물로 아이들 간식과 밑반찬을 해볼 생각이다. 정씨는 "참치세트와 김, 과일, 명란젓 등 올해는 유난히 먹을거리 선물이 많아 이를 이용해 밑반찬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기 한파로 명절 먹을거리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매년 차례를 지낸 후 냉동실로 직행(?)하던 튀김과 생선 등 제수 음식들이 밑반찬과 간식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대경대학 호텔조리학과 구본자 교수는 "명절 음식을 이용한 다양한 조리법이 있는데도 많은 주부들이 이를 몰라 응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구 교수를 통해 명절 음식 재탄생 비법을 간단히 살펴봤다. 구 교수는 우선 '나물 유부밥'과 '조기 피자'를 제안했다. 명절이면 으레 만드는 무나물과 콩나물, 도라지, 시금치 등 각종 나물을 잘게 썰어 밥과 비벼 유부로 싸는 '나물 유부밥'은 만들기 쉬울 뿐만 아니라 나물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간식거리다. 우리에게 생소한 조기 피자는 밀전병과 비슷한 얇은 '또띠야' 위에 뼈를 발라낸 조기살과 야채, 케첩, 피자 치즈 등을 올려 만든 신개념 피자이다. 생선 중 비린내가 거의 없고 살이 두꺼운 조기살로 만드는 조기 피자는 다이어트에 좋을 뿐만 아니라 생선을 피자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이색 아이디어 음식이다.
또 한두끼 먹다 보면 질리는 탕국 역시 육개장으로 변신할 수 있다. 탕국에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넣어 육개장을 만든 후 이에 소면을 말아먹는 '육개장 소면말이'도 별미다. 이 외에 구 교수는 제사상에 올린 생선과 묵은 김치를 이용한 '묵은 김치 생선찜'과 각종 과일을 잘게 썰어 마요네즈로 비벼 먹는 '과일 샐러드' 등도 이용 가능한 음식으로 추천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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