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 첫편지 / 황학주

그리고

바다 옆에 연못이 있었습니다

갈대를 전문으로 키우고 있었지요

갈대밭에 연못이 들어간 것같이

하루살이 안에 갈대가

들어찬 것같이

나 몹시도 괴로웠습니다

내 눈에 젖은 것이 혹,

당신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황학주의 시집을 '상처학교'라 비유한 사람이 있듯이 그의 문장은 괴로움을 통과한 언어이자 괴로움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의 괴로움은 바로 언어와 직접 연결된 직유법의 괴로움이다. 그 대상은 바로 '당신'이다. 황학주의 '당신'은 바로 시 속 자아와 상관하는 '당신'이다. 왜 당신이 괴로운지 대하여 시인은 생략하였지만 '당신'의 괴로움에 대한 세상의 간섭만 흥건하다. 괴로움이 언어이고 언어는 다시 괴로움을 잉태하므로 황학주의 언어들은 그곳을 벗어날 수 없는 상처학교의 학생들이다. 심하게 훼손된 언어이지만 그 언어가 아름다운 것은 근본적으로 상처를 핥고 있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마치 짐승이 새끼들을 혀로 핥듯이, 우리에게도 언어라는 따뜻한 혀가 필요하듯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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