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렛일은 시키지 말라 하고, 그렇다고 책임있는 업무를 맡길 수도 없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도입된 '행정 인턴제'가 단순 보조 업무에만 인력이 집중되면서 효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행정안전부는 행정인턴에 대해 '단순 사무보조는 지양하고 전문 분야별 실무경험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경력 쌓기와는 무관한 잡무가 대부분이어서 '월 100만원짜리 공공근로'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대구의 한 경찰서가 밝힌 행정인턴 업무를 살펴보면 ▷민원인 방문시 단순 민원처리 및 지리 안내 ▷게시판 정리 ▷입간판·우의·경찰봉 등 일반장비 관리 ▷전화응대 ▷유실물 접수관리 등으로 실무 경험과는 거리가 있다. 한 경찰관은 "실업 구제책이라고는 하지만 단순 업무에 국가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며 "경찰 업무의 상당 부분이 개인 비밀이나 보안과 밀접하게 관련돼 인턴들에게 일을 맡기기 힘들다"고 말했다.
교육청 한 공무원은 "행정인턴제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행정인턴으로 인해 공무원 채용 규모를 늘리지 못하다 보니 장기적으로는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했다. 그는 "교육청 업무 상당수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통해 이뤄지는데 고작 10개월 일할 인턴에게 각종 개인정보 등이 총망라된 시스템 접근권을 줄 수는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인턴들은 제대로 된 일거리를 갖지 못한 채 업무 중에 영어 공부나 자격증 공부로 시간을 때우고 있다. 한 행정인턴은 "통역 업무를 위해 채용됐는데 한 달 동안 통역할 일이 단 한건도 없어 잡무를 돕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정확한 수요 파악없이 정원의 2%를 채용토록 각 기관에 할당한 것도 행정인턴의 방만한 운영을 자초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당초 정원의 1%였던 인턴 채용인원을 2%로 확대했다. "설혹 잡무라 하더라도 공무원 사회를 경험해본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게 행안부의 입장이었다. 행안부는 광역·기초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행정인턴 도입에 앞서 전산, 기록물 관리, 번역과 통역, 통계조사 분석, 사회복지 현장 지원, 건축 토목 등의 현장 점검 등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구의 한 구청 간부급 공무원은 "공무원 채용시 가산점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인턴 경력의 반만 인정할 뿐인데 결국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것 아니냐"며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만큼 기관의 특성에 따른 명확한 업무분장과 일정 수를 정규직으로 돌려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보완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대구시청과 구·군청, 대구경찰청·교육청 등에 배치된 행정인턴은 모두 427명에 달한다. 현재 경찰청과 교육청 등은 지난 1월 채용에서 미달된 인원과 중도 포기자 등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추가 전형을 하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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