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시절 한 현대음악 발표회장에서 잊혀지지 않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음악회는 작곡을 전공하는 필자도 머리가 아프게 난해하고 복잡한 전자음향으로 시작했다가 끝이 난 한 교회에서 열린 음악회였다. 1부가 끝이 나고 중간 휴식시간을 이용해 작곡가와의 대담시간이 진행됐다.
작곡가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로 세계적인 니콜라우스 A. 후버의 제자였다. 당시 유명 작곡 콩쿠르에서 입상을 하며 독일 전역에 그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한 작곡학도였다. 음악회는 그 젊은 작곡가의 성과를 기념하여 그의 고향인 빌레펠트(차두리 선수가 소속되어 활동했던 프로축구클럽이 있는 도시) 음악협회가 한 음악회였다.
대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따라 음악회에 참석했던 한 어린이가 작곡가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나는 음악을 잘 모르는 초등학교 4학년인데, 너무 궁금한 것이 있어서 꼭 작곡가에게 물어보고 싶었어요. 한 시간이 넘게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들을 들었는데 중간에 아주 짧게 내가 알고 있는 화음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 복잡한 소리들 중간에 내가 알고 있는 3화음들이 왜 갑자기 들렸는지 알고 싶습니다." 작곡가는 "순간적인 대조(Contrast)를 위해 부분적으로 그 화음을 썼다"고 대답을 했다. 그날 많은 참석자들은 이 아이를 칭찬하였고, "통일성(Unity)이 무시된 억지성 대조는 음악적이지 않다"는 청중들의 강한 항의성 질문에 이 젊은 작곡가는 아주 곤혹스러워 했다.
중요한 점은 현대음악이든 고전음악이든 상관없이 자신의 평가와 분석방법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되어지는 독일의 음악교육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이제 서서히 올해의 공연계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는 듯 입춘의 계절을 느끼게 된다. 대형 기획공연으로는 다음 주 13일에 계명아트센터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시작되고, 피아노 독주회를 비롯한 작은 음악회들의 홍보물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10일 수성아트피아의 시리즈물 기획연주회인 마티네콘서트가 오전 11시 용지홀에서 열린다. Martinee는 낮이란 뜻인데, 특히 'Martin'은 11시경을 의미하는 단어이므로 정오를 전후한 시간대를 의미하는 용어로 쓰인다. 이번 음악회는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노래 이야기'라는 부제로 진행된다.
'음악을 들을 때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인식하게 될까?' 단순한 아름다움만을 추구한다면 우리들은 음악의 감성적인 면밖에 느끼지 못하게 된다. 똑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사람은 인생과 철학과 우주의 조화, 그리고 천기라 할 수 있는 신의 섭리도 느낀다. 작곡가의 세계뿐 아니라 연주자의 내면 세계를 느끼기도 한다.
특히 이번 음악회는 노래, 즉 언어의 음악세계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에 입춘의 계절에 가족과 함께, 음악과 함께 느껴보도록 권한다. 조금 여유있게 시간을 낼 수만 있다면 음악회를 마친 후 지난번 글에서 소개한 미디어전도 감상하실 수 있을 것이고,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이들이 클래식음악을 통해 독자적인 판단력과 분석, 분별력을 가질 수 있게 돕는 교육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법하다.
작곡가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