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 상장기업들이 심각한 경기위축을 겪자 지난해부터 금고문을 꼭꼭 걸어잠근 것으로 나타났다. 그 전해에 비해 지난해 대규모 시설투자가 급감한 것.
역내에서는 우량선도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상장기업들의 '내핍 경영'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역내 산업현장 전체의 '투자 빈곤'이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거래소 대구사무소(소장 배정득)가 지난해(2008년)와 2007년 대구경북지역 상장법인 91곳의 시설투자 현황(공시기준)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대구경북지역 상장기업들의 시설투자가 건수 기준으로는 23%, 투자액 기준으로는 15%나 전년에 비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튼튼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의 투자위축이 두드러졌다. 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 중 지난해 시설투자 공시를 한 기업은 고작 2곳(POSCO, 체시스)에 머물렀다. 그 전 해는 7곳(대호에이엘·동일산업·쉘라인·조선선재·체시스·POSCO·포스코강판)이어서 건수 기준으로 따지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의 시설투자가 전년에 비해 71%나 줄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 상장기업들은 지난해 시설투자기업 숫자가 8곳(투자액 2천951억7천100만원)을 기록, 전년(6곳·투자액 468억5천400만원)에 비해 건수는 물론, 투자액도 오히려 늘어났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시설투자가 늘었지만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줄어들면서 지역 전체 상장기업들의 시설투자는 전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역내 전체 상장기업들의 시설투자는 10곳(투자액 3조6천115억8천600만원)이었다. 전년은 13곳, 4조2천500억원.
지난해부터 경기가 급락한데다 주식시장이 급속도로 침체에 빠지면서 유·무상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경기위축이 몇년간다'는 예고까지 나오면서 기업들의 금고 잠그기가 본격화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현금이 많은 일부 상장기업은 지난해 은행빚을 크게 줄이면서 향후의 경기 불황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올들어서는 신규 설비투자는 커녕 일부 상장기업들의 '줄이기'가 시작되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에 본사를 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쉘라인은 지난달 30일 구미사업장의 생산라인을 대구본사로 이전하면서 구미사업장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경비절감 및 경영합리화를 위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대구사무소 배정득 소장은 "기업들이 외환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위기 대처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선제적 경기 대응차원에서 시설투자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우량기업들인 상장기업마저 '미래의 식량'이라 할 수 있는 시설투자를 줄이면서 '몇년후가 더 큰 걱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상장기업 시설투자 공시=자기자본의 10% 이상(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법인은 자기자본의 5% 이상) 또는 1천억원 이상을 투자할 때 상장기업은 투자내역을 공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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