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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평생을 몸서리친다…복수의 유효기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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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월 전북 남원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30살 김부남 여인. 끔찍한 사건의 원인은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9살이던 김부남씨는 이웃집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누구에게 한 마디 말도 못한 채 사춘기를 겪은 김씨는 차츰 자신이 당한 상처를 깨닫게 됐고, 결혼 후에도 부부관계를 거부하는 등 후유증에 시달려 급기야 이혼까지 하게 된다. 재혼한 뒤 아이까지 낳았지만 김씨의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고 혼자서 먼 산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부부관계를 거부하는 등 증상이 심해졌다. 9살때의 아픈 기억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음을 알게 된 김씨는 고소를 하려했지만 공소시효 6개월을 훨씬 넘긴 시점이었다. 결국 김씨는 스스로 가해자를 벌하기로 결심하고 21년 전 자신의 인생을 망친 가해자를 살해한 뒤 현장에서 붙잡혔다. 당시 김씨는 "나는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짐승을 죽였다"고 절규했다.이듬해인 1992년에는 의붓아버지에게 13년간 성폭행을 당한 뒤 결국 의붓아버지를 살해하고만 김보은·김진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이 그 오랜 세월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몸에 난 생채기가 아니라 결코 치유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였다.

영화 '밀양'에서 주인공은 아들을 죽인 범인을 신앙의 힘으로 용서하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범인 스스로 죄사함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과연 누가 죄를 묻고 용서하는 것인지를 물으며 오열한다. 한 청소년상담 전문가는 "청소년 시절, 가해자가 기억도 없고 악의도 없이 저지른 폭력과 폭언 때문에 피해자는 성인이 돼서도 억울함과 분함 때문에 몸서리를 치는 경우를 볼 수 있다"며 "용서는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잘못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이 무조건 피해자에게 '네가 참아라. 용서가 미덕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악의도, 기억도 없는 폭력에 대해 진정 뉘우치는 가해자가 있을까라는 점이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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