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어머니 보며 실연 아픔 이겨

며칠 전 저는 여자 친구와 헤어진 못난 사내가 되었습니다. 1년을 넘게 사귀면서 참 많은 추억과 행복들이 생겼지만 어느 날 그녀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았습니다. 나는 그녀와 헤어지지 않으려고 온갖 애를 쓰다가 마지막으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그녀와 함께 했던 추억의 바다 그 언덕 위에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모카 케이크와 장미꽃 25송이를 준비하고 마지막 애원을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계획은 무산돼 버렸고 그렇게 그녀는 떠나고 말았습니다. 좌절한 나는 죽음을 떠올리며 내 주변을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데 무심코 열린 제 방문으로 쏟아지듯 환한 빛이 들어왔습니다.

그 빛 가운데 어머니가 한 손에는 과일 쟁반을 들고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재필아! 사과 하나 묵을래? 억쑤로 맛있다." 나는 뒤척이며 마다했고 어머니는 잠시 서 있다가 방 한구석에 사과를 내려놓고 시무룩한 얼굴로 방을 나가셨습니다.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 몸이 편치 않은데도 자식 먼저 생각하시는 어머니, 이별의 슬픔에 아파하는 못난 자식에게 말도 쉬이 붙이지 못하는 어머니가 주신 사과,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머니가 건네주신 사과를 가지고 슬픔을 치유하는 나만의 사과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오늘은 툴툴 털고 일어나 저녁 무렵에라도 시장에 가서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떡을 사들고 집으로 가야겠습니다. 류재필(대구 달서구 성당1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