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강호순 사건으로 사형제 존폐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2004년 부녀자 등 20명을 살해해 사형을 언도받은 유영철, 같은 해 어린이·부녀자 등 13명을 살해한 정문규 등 흉악범죄 때마다 비등했던 사형제 존폐 논쟁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9일 다음 아고라에 박준선 한나라당 의원이 올린 '지금은 조속한 사형집행이 필요한 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몇시간 만에 수백여개의 답글이 달렸다. 박 의원은 "잔인한 범죄자는 늘어나는데 죗값을 제대로 치르는 범죄자들은 줄어들고 있다"며 "인권이라는 말조차 쓰기 꺼려지는 흉악범들의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사회 정의 실현이나 법질서에 역행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 네티즌은 "만약 유영철이 형이 확정되면서 얼굴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사형이 집행됐다면, 강호순이 그리 쉽게 살인의 반복을 할 수 있었을까?"라며 찬성의사를 나타냈지만 또 다른 네티즌은 "사형이 범죄예방에 기여한다는 정확한 근거가 없다"며 맞받아쳤다.
이번의 사형제도 존폐 논란은 유영철 사건 때보다 더욱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997년 12월 사형수 23명에 대한 형 집행을 마지막으로 11년째 사형이 집행되지 않으면서 한국은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9일 '인권 침해 논란 없이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감형 없는 종신형 추진 방안을 밝히면서 논란이 더 가열되고 있다.
먼저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강력범죄 예방을 위한 필요악의 도구라는 것이다. 대구법원 한 판사는 "사형제도가 얼마만큼의 강력범죄 예방 효과가 있는지 검증되지는 않지만 사회 안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정호 변호사도 "사형을 극히 제한적으로 신중하게 활용함으로써 사회의 경고등을 켜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달 초 대구변호사회에서 회원 1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67%가 현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변호사 경력에 관계없이 고르게 나온 응답이었다.
반면 사형제 폐지론은 사형과 같은 극형으로 강호순이나 유영철 같은 흉악범을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천주교 등 종교단체와 인권단체에서는 "사형은 생명권을 박탈하는 되돌릴 수 없는 형벌"이라며 폐지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강호순 등 이른바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이 사형이 두려워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감형 없는 종신형도 고려할 만할 방안"이라고 했다. 사형제 존폐 문제는 이번에도 논란만 남긴 채 찬성·반대론자 어느 쪽도 상대방을 압도할 수 없는, 현재처럼 '어정쩡한'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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