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후배들 발 빨라 부담" 박한이의 변신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무한경쟁을 통해 새로운 1번 타자를 찾는다. 데뷔 이후 삼성의 톱타자로 군림해온 박한이(30)도 변화를 피해갈 수는 없게 됐다.

박한이는 "전지훈련지에서 베이스 러닝을 많이 연습하고 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신인 김상수와 2년차 우동균, 허승민 등이 새로운 톱타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우리 팀 후배들이 빠른 데다 다른 팀 1번 타자들이 빨라 솔직히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빠른 발과 주루 센스, 타격 솜씨를 갖춘 선수가 좋은 1번 타자감으로 여겨지는 것이 보통이다. 두산 베어스의 이종욱, KIA 타이거즈의 이용규가 대표적인 경우. 지난 시즌 이종욱은 타율 0.301에 도루를 47개나 기록했고 이용규도 타율 0.312에 28차례 도루를 성공시켰다. 최근 '발 야구'가 각광을 받으면서 이들의 주가는 더욱 높아졌다.

반면 박한이는 '호타 준족'이라는 예전의 이미지와 달랐다. 2001년 데뷔 때 도루 17개를 기록했지만 점차 감소, 지난해에는 5개에 그쳤다. 더구나 삼성의 지난해 팀 도루는 59개로 이종욱보다 12개 더 많을 뿐이었다. 자주 출루해 활발한 주루 플레이로 상대 배터리를 괴롭힐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삼성이 새로운 톱타자를 찾게 된 이유다.

그럼에도 박한이는 공격 선봉장으로서 여전히 매력적인 타자다. 다만 전형적이라고 생각하는 톱타자와 유형이 다를 뿐이다. 이용규가 473타석, 이종욱이 522타석에서 4사구를 각각 56개, 50개씩 얻었지만 박한이는 442타석만 서고도 4사구 64개를 수확, 상대 투수를 괴롭혔다. 출루율(0.414)도 이종욱(0.376), 이용규(0.385)보다 더 좋았다.

현재 박한이의 유력한 자리는 중심 타선쪽. 톱타자 후보감이 여럿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박한이의 능력이 받쳐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박한이의 득점권 타율(0.342)은 팀 내에서 가장 높았고 다른 팀 중심 타자들 틈에서 전체 5위에 올랐다. 또 박한이의 장점인 좋은 선구안과 높은 출루율은 중심 타자에게도 미덕이다.

올 시즌 박한이는 수비에서도 중견수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박한이는 팀이 우승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가장 많이 섰던 중견수가 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팀에서 우익수를 맡기길 원한다면 거기에 맞출 뿐이다. 타순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해부터 타격 때 팔로우 스로를 크게 하고 있어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한이는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하필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때에 중요한 시즌을 맞이한다. 그는 "중심 타선에 배치된다 해도 홈런보다 기회를 연결시키는 안타를 많이 치려고 한다. 2007년에 부진했지만 지난해 이겨냈던 것처럼 즐겁게 야구를 한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리라 본다"고 말했다.

2009시즌에는 장갑 끈을 고쳐 매고 헬맷을 다시 쓰는 특유의 타격 동작 후 결정적인 한방을 날려대는 '중심 타자' 박한이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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