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차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강희락(56) 해양경찰청장을 경찰청장에 내정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세간의 비판에 아랑곳않고 일과 결과로써 승부하겠다는 일종의 '마이웨이' 선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인기에 일희일비하다가는 경제위기 극복은커녕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라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침 20%대이던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30%를 넘어섰고, 특히 주요 지지층인 50대 이상 절반이 지지로 돌아선 점도 이 대통령에게 힘이 되고 있다는 풀이다.
강 청장의 경찰청장 발탁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해양경찰청장의 경찰청장 발탁은 전례가 없는데다 강 청장이 경북 성주 출신으로 고려대를 졸업한 터라 경찰 내 '반(反)TK(대구경북) 정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주상용 서울경찰청장도 대구 출신이라 경찰 서열 1, 2위가 TK라는 부담도 있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에 개의치 않았다. 경찰청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 가운데 가장 신망이 높은 사람을 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임명했다.
물론 'TK 인사 독식론'이 객관성이 없는 정치공세성, 음모성 주장 성격이 짙다는 것도 이 같은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나 각 부처 장차관의 면면을 보면 TK가 오히려 역차별 받고 있고, 특히 부처의 경우 지난 15년간 인사 소외를 받아 온 TK는 경력 관리가 안 돼 요직에 발탁하려 해도 쓸 사람이 없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 대통령이 자신감 있게 국정을 펼침에 따라 지난 1년간 미뤄졌던 개혁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경찰만 해도 서울경찰청과 경기경찰청 정보 라인과 감찰 라인에 정부에 비협조적인 세력이 다소 포진해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문건 유출도 이런 현실 때문에 불거졌다는 분석도 상당하다. 은밀하게 이뤄진 청와대와 경찰청의 이메일 교환이 송두리째 야당 국회의원에게 전달된 것은 인사에 불만을 품은 세력에 의한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이메일 당사자인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이성호 행정관은 15일 사표를 냈다. 이기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아들이다.
이 대통령의 강하게 걸고 있는 국정 드라이브가 공직계에 어떻게 파급되고, 그 결과가 어떨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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