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종합유통단지로 상당수 공구점들이 이전하지 않고 바글바글할 때, 이런 말도 나왔지요. 우리끼리 기술을 모으면 원자폭탄도 만들 수 있다!"
북성로 사람들이 말하는 '북성로의 힘'은 대단했다. 매일신문사는 도심재창조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고 실체적인 콘텐츠를 점검하기 위해 북성로와 향촌동에서 각각 구술 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내부에 들끓고 있는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미 도심 재창조에 대한 논의를 자체적으로 구체화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북성로가 가진 전국 최고의 공구·철물 기술과 공간을 활용해 축제를 열자는 의견은 아주 신선했다. 북성로 공구점 MM통상 장일룡(41)씨의 제안. "선진국에서는 생활 속 DIY(do-it-yourself·스스로 만들어 쓰는 것)를 당연시합니다. 하지만 세계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형광등조차 갈아끼울 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람들에게 생활 구석구석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지혜와 방법을 알려주는 축제를 만들면 어떨까요." 한 발 더 나아가 '낡고 고장 난 물건은 무엇이든 공짜로 고쳐주는 축제'는 또 어떠냐고 했다.
부원 툴닉스 정연석(44·인교동 공구점 번영회장) 대표는 "대구시에서 건물을 하나 지어서 공구업 종사자와 일반 시민들이 함께 만져보고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공구 테마 전시장'이나 '공구 역사 전시장'을 통해 연중 생활 축제를 벌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북성로 재창조에 대한 북성로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하고 구체적이었으며 신선했다. 축제 프로그램으로 '구멍 빨리 뚫기' '콘크리트 절단하기' 같은 건 어떠냐는 의견이 있었고 '생활가구 함께 만들기' '낡은 물건 광택 내기' '액자 만들기' 등과 같이 실용성과 체험을 중시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인근 KT&G 연초제조창이 문화창조발전소로 바뀌는 데 맞춰 예술적인 부분과의 연계를 통해 북성로를 되살리자는 견해도 제시됐다.
공구점 툴이즈 정재훈(42) 대표는 "문화창조발전소에서 공구 예술을 하는 작가가 참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구골목, 깡통골목, 오토바이 골목과 연계한다면 실생활에 쓰이면서 예술성 있는 철물이나 공구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구시의 지원과 북성로의 응집력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다. 북성로 상인들도 몇 년 전 축제를 계획했지만 예산, 인력, 교통문제 등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정연석 씨는 "북성로에 일방통행이 많고 주차장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시민들을 끌어들일 공간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상인들과 함께 문제점들을 풀어나가면 전국에서 가장 특색 있는 최고의 축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북성로:대구역네거리 대우빌딩에서 달성공원 입구까지 길이 1.42㎞ 구간. 북성로1, 2가로 이뤄진 이곳은 8·15 광복 이후 의류상가가 밀집해 있다 기계공구상으로 바뀌고 6·25 전쟁 이후 철물상회 거리가 됐다. 80년대 중반 이후 산업구조 개편과 대형 공구 단지 조성 등으로 중소형 도매 공구업이 사양화되자 점차 위상이 추락한 곳. 현재 인교동 일대 200여 점포가 과거의 명성을 잇고 있으나 빈 철물점과 공구점이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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