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지컬 '즐거운 인생' 내달 수성아트피아서 막 올려

뮤지컬 '즐거운 인생'은 37세 노총각으로 고등학교 음악 교사인 범진의 이야기다. 그는 소시민으로 결혼해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 게 꿈이다. 오래 독신 생활을 해온 그는 혼자 밥 먹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한다. 불가피하게 혼자 밥을 먹어야 할 때면 전신 거울을 앞에 놓고 거울 속 나와 함께 식사를 할 정도다.

그에게도 사귀던 여자가 있었다. 이혼녀로 시나리오 작가였던 선영과 여섯달 전 헤어졌다. 선영은 지폐 위에 이름과 휴대폰 전화번호를 적곤 했는데, 시나리오 작업을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범진은 우연히 그 지폐를 갖게 됐고 호기심에 선영에게 전화를 냈었다.

두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헤어졌다. 범진은 헤어진 후에도 선영을 향한 미련에 그녀의 아파트로 찾아가기도 했다. 그런 범진을 향해 선영은 "결혼이니 가족이니 하는 것들은 다 미친 짓"이라고 쏘아붙인다. 그러나 범진은 포기할 줄 모른다. 어느 날 술에 취해 선영의 집으로 찾아가 행패를 부리다가 경찰에 끌려가기까지 한다.

뮤지컬 '즐거운 인생'은 연출 의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현대인의 자화상과 같은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범진은 헤어진 여자를 잊지 못해 휴일이면 종일 방에 틀어박혀 궁상떠는 인물이다. 그의 연인이었던 선영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시나리오 작가로 삶에서 도피하기 위해 시나리오 속 세상에 묻혀 산다. 그러나 고등학생인 세기는 고아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며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는 음악의 리듬과 진동을 삶에서도 느끼려는 인물이다.

그들 외에도 눈에 띄는 인물들은 많다. 아무리 연습해도 노래 실력이 늘지 않는 음치 학생, 찢어지게 가난한 형편임에도 성관계를 가졌다 하면 임신하는 여자, 하루하루 별 사건이 없기만을 바라는 파출소 소장…. 등장인물의 면면을 살펴보면 즐거울 게 하나도 없는 인생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살아있고, 살아가야 하며 때때로 유쾌해 하기도 한다. 그래서 제목도 '즐거운 인생'이다.

이 뮤지컬의 두번째 특징은 라이브로 들려주는 록 음악이다. 객석에서 연주 자체가 보일 수 있도록 밴드가 자리 잡았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록 음악은 삶의 진동이고, 리듬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우울한 이야기임에도 작품은 경쾌한 느낌을 준다.

무대 공간과 무대 변환은 이 뮤지컬의 또 다른 특징이다. 확대와 축소, 환상과 현실을 적절하게 조화했을 뿐만 아니라 일반 뮤지컬처럼 펼쳐진 간단한 무대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구조물과 소품이 볼거리다. 배우들이 무대 구조물과 소품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은 무대 변화를 직접 볼 수 있다. 덕분에 극중 음악 시간은 관객이 학생이 돼 수업을 받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켜 흥미를 더한다.

전체적으로 우울한 이야기임에도 음악이 있어 경쾌한 뮤지컬 '즐거운 인생'. 작가 김태웅은 "삶은 하루하루 걸림돌이고 고통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음악과 사랑이 있다. 노래할 수 있는 한 세상은 살 만하다"고 말한다.

▷공연 안내=3월 14·15일(총 4회)/14일 오후 4·7시/15일 오후 3·6시 (총 110분·중간 휴식 없음)/수성아트피아 용지홀/R석 5만원, S석 4만원/053)422-4224/연출:오만석/출연:유준상, 김무열, 백주희, 이영미 외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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