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수환 추기경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는 말을 남기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0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와 주한 외교사절, 사제와 신자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례미사를 열어 김 추기경과 마지막 작별의식을 치렀다. 성당 밖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크린을 통해 장례미사를 지켜보며 고인을 애도했다.
정진석 추기경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이름으로 집전한 장례미사는 오전 10시 입당송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라'를 부르며 시작됐다. 김 추기경을 위한 기도에 이어서 '말씀전례'로 성경의 지혜서와 요한의 서간, 마태오의 복음을 읽었고, 정 추기경의 강론이 진행됐다.
정 추기경은 강론에서 "김 추기경은 우리사회 큰 어른으로서 빛과 희망이 되었다. 그는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인의 사랑과 평화의 사도였다. 우리나라가 어렵고 힘들 때마다 위안이 돼 주셨다. 또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김 추기경은 사랑과 나눔을 어떤 것보다 중요한 유산으로 남겨 주셨다. 죽음의 허망함과 슬픔은 어떤 언어로도 달랠 수 없다. 그러나 부활을 믿는 신앙인들에게 죽음은 새로운 삶으로 옮아가는 것이기에 오히려 희망을 갖고 산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말씀전례와 성찬 예식에 이어 열린 '작별예식'에서는 정 추기경이 교황의 추도사를 읽었고,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교황청 대사, 한국 천주교 주교단 대표 강우일 주교, 정부 대표 한승수 국무총리, 사제단 대표 전 가톨릭대 총장 최승룡 신부, 신자대표 한홍순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등이 조사를 읽고 고인을 기렸다.
장례미사를 마친 후 김 추기경의 관은 서울대교구의 가장 젊은 사제 8명에 의해 경기도 용인의 가톨릭 성직자 묘역으로 운구됐다. 추기경은 노기남 대주교의 묘소 옆에 마련된 장지에서 하관식을 갖고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묘비에는 김 추기경의 사목 표어와 그가 가장 좋아했던 성경 구절인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김 추기경은 1969년 우리나라 최초의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그는 평생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유신독재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으며, 민주화 운동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았다. 1998년 은퇴한 후 작년부터 건강이 나빠져 입원치료를 받던 중 16일 선종했다.
한편 하관 이틀 뒤인 22일에는 명동성당과 장지인 용인에서 추도미사가 열린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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