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수도 없고 안 갈 수도 없고….'
경북대 3학년인 이모(25)씨는 해외 어학연수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어학연수가 취업 필수 스펙(학점·외국어 성적 등 취업에 필요한 요소)으로 자리 잡았지만 고환율 행진에 엄두를 못냈다. 당초 계획했던 캐나다에서 필리핀으로 연수지를 옮겨볼까 고민해봤지만 이마저도 비용이 만만찮았다. 결국 연수를 포기하고 새학기 수강신청을 한 이씨는 "1년 연수 비용이 최소 1천만원은 들어갈 것 같다"며 "어학 연수를 다녀와도 취업이 될까 말까한 터에 취업원서에 '어학연수'란을 비워둘 수도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해외 어학연수를 떠나는 대학생들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비 해외 어학연수는 물론 대학에서 주관해 일정 경비를 지원해주는 해외 인턴 자리도 높아진 체류 비용 부담과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감소하고 있다.
경북대 국제교류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해외 어학연수 학점인정제'를 통해 해외에 다녀온 재학생은 591명으로 2006년 778명, 2007년 782명에 비해 25%가량 감소했다. 연수기간에 따라 3~12학점을 인정해주는 이 제도는 그동안 해외 어학연수 붐에 따라 큰 인기를 얻었지만 지난해 환율 급등 이후 신청자가 대폭 줄어들었다.
해외 일자리 경험과 어학연수를 병행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았던 각 대학의 '해외 인턴제'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올들어 해외 기업들의 인턴 요청이 대폭 줄면서 해외로 나가는 학생이 크게 줄었다. 계명대에 따르면 2007년 40명, 지난해 55명이던 해외 인턴 자리가 올해는 10여개에 그쳤다. 계명대 관계자는 "해외 인턴직 상당수가 무급이지만 외국어를 배울 수 있어 신청자가 많았는데 올해는 해외 기업들의 인턴 요청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경북대 해외인턴 담당자는 "일부 현지 기업은 월 400~500달러가량을 주기도 하지만, 1년에 최소 1천500만~2천만원이 드는 현지 체류비용을 감안하면 인턴들의 경제적 부담이 만만찮다"고 했다.
일부 학생들은 어학연수 기간을 줄이거나 상대적으로 연수 비용이 덜 드는 동남아권으로 바꾸는 등 대안을 찾고 있다. 지역 한 대학 경영학과 관계자는 "과거 호주 등 영어권 중심 국가로 나가던 학생들이 필리핀 등을 선호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로 주춤하긴 했지만 일부 학과는 어학연수가 거의 필수인 만큼 기간을 줄여서라도 나가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6개월간 미국에 다녀온 정모(25·여)씨는 "학원에서 공부만 했는데도 1천만원이 들었다"면서 "해외 어학연수 경험이라도 없으면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다녀왔지만 요즘 같은 취업대란시기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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