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안전불감증, 나부터 시작이다

우리나라 대형 사고의 약 80% "설마, 난 아니야"가 빚은 人災

지난해 국보 1호 숭례문이 잿더미가 되어 무너져 내리면서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도 함께 무너져 버렸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그 충격이 채 아물기도 전 화왕산에서 정월대보름 행사로 억새를 태우다가 순식간에 불길이 번져 귀중한 생명들을 잃고 말았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참사,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 씨랜드 화재, 서문시장 화재,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냉동창고 화재, 고시원 화재 등 머릿속에 기억되는 대형 참사가 유난히도 많다. 이렇게 수많은 재난과 안전사고를 겪었지만 여전히 재난발생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은 항상 우리 주변에 잠재되어 있다. 이처럼 반복되는 재난과 사고로 인해 하나뿐인 생명이 위협받는 지금, 과연 이러한 재난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 사실 이러한 반성은 재난을 겪을 때마다 셀 수 없이 계속되어 왔다. 정말 뾰족한 대책은 없는 것일까?

끊임없이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크고 작은 재난들이 일어나면서 재난의 유형과 규모도 다양하고 대형화되고 있다. 과거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는 자연재해마저도 요즘은 과학기술로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 재난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과학기술로도 재난을 막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안전에 대한 부주의, 혹은 무지 때문이다.

앞서 말한 대형 참사들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은 항상 똑같은 지적을 되풀이해 왔었다. 그것은 '안전 불감증'이 부른 참사라는 것이었다. 언론과 주변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크고 작은 사고를 경험하면서도 안전에 대한 안일한 시각으로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바로 안전 불감증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대형 인명사고가 터질 때마다 안전 불감증을 지적한다. 그것이 잊혀질 즈음 다시 재난사고가 발생하고 또다시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면서 안전사고의 재발 방지에 대한 요구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렇듯 안전 불감증은 늘 우리들 주변에서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안전 불감증이란 안전에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즉 안전한 상황이 못 되는데 안전한 상황이라고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설마 내가 어떻게 되겠냐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자신은 사고를 절대로 당하지 않을 것이란 안일한 생각이다. 이는 실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고의 약 80%가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인재라고 한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대구지하철 가스 폭발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999년 씨랜드 화재 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등 대형 참사를 비롯하여 여러 크고 작은 사고들은 대부분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人災(인재)로 확인됐다.

우리는 사고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항상 사고 예방이 아닌 사고의 뒷수습만 하게 되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개발독재시대의 구호는 '빨리빨리' '어서어서'였다. 신속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결과 우선주의'로 인해 진행과정을 점검하는 일이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안전에 대한 의식 부족과 무관심으로 번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과거 숱하게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마땅히 뒤따라야 하나 유사한 사고들이 오늘날에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은 안전에 대한 인식 부족과 함께 안전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안전의식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만 한다. 사고 예방의 중요성을 알고 관련된 당사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안전한 삶을 살 권리가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안전 불감증'은 나 자신부터의 문제다. 나의 일상생활을 '안전 민감증' 思考(사고)와 행동으로 개조해야 한다. 재난은 재난에서 배워야 한다. 재난은 잊혀질 때 다시 돌아오는 법이다.

홍원화 경북대 건축토목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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