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김모(51·여)씨는 "워낙 금값이 오르다 보니 장사는 안 되고 팔려는 사람만 넘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0명의 손님 중 3, 4명은 귀금속을 사려는 사람이 아니라 팔려는 사람들이라는 것. 김씨는 "예비 부부들도 한번에 2, 3개 세트씩 하던 결혼 예물을 중량이 적은 제품 1개 세트로 줄이고 있다"며 "장사할 맛이 안 난다"고 했다.
금값 폭등에 따라 '금 한돈 20만원' 시대가 열리면서 금 때문에 울고 웃는 세태가 펼쳐지고 있다. 금은방이나 금 도금업체들은 울상을 짓는 반면 금값 인상으로 목돈을 잡은 사람들도 있다.
23일 기준 한국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순금(24k) 한돈쭝(3.75g)의 시세는 19만4천700원으로, 시중 거래가는 20만원을 넘어섰다. 김씨는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한달에 20여개가량 팔리던 돌반지가 이제는 절반도 팔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패션주얼리특구 강동우 회장은 "중구 교동의 경우 워낙 귀금속 골목으로 유명하다 보니 손님은 끊이지 않는 편"이라며 "큰 이익이 남지 않지만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금을 매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솟는 금값에 도금업체들도 울상이다. 도금재료로 쓰이는 청화금 100g 한통의 가격이 330만원까지 치솟으면서 영세 도금업체들은 단가를 맞추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도금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청화금 시세가 190만원에 불과했다"며 "도금 단가가 비싸지다 보니 요즘은 도금 주문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 직원들 월급 주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금을 팔려는 사람들은 두툼한 돈뭉치에 표정이 활짝 폈다. 금목걸이와 아이 돌반지를 최근 처분했다는 최모(38·여)씨는 "목걸이는 예전에 한돈쭝에 4만5천원을 주고 산 제품(18k)인데 세금을 빼고 12만원에 팔았다"며 "200만원 넘는 목돈이 생겨 가계에 한시름을 덜게 됐다"고 했다.
시중 은행에는 금펀드 관련 문의가 줄을 잇지만 금값 추이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신규 가입자는 크게 많지 않은 실정이다. 신한은행 PB센터 김명희 팀장은 "지난해 금값이 치솟을 대로 치솟았다는 전망이 많아 가입을 포기했던 고객들이 많았는데 지금 와서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하지만 지금은 워낙 환율과 금값 변동성이 큰 상황이어서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신규 가입자가 일부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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