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백두를 가다] 새 도청 소재지 '천년의 땅' 안동

▲ 검무산에서 본 경북의 새 도청 소재지. 산과 물, 드넓은 들과 마을이 서로 어우러져 새 도청 소재지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검무산은 안동과 예천 사람들로부터 천년의 세월을 이어왔고, 이어갈 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 검무산에서 본 경북의 새 도청 소재지. 산과 물, 드넓은 들과 마을이 서로 어우러져 새 도청 소재지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검무산은 안동과 예천 사람들로부터 천년의 세월을 이어왔고, 이어갈 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봉화와 영주를 거쳐 안동 땅에 들어섰다. 안동은 한국을 가장 대표하는 역사·문화의 고장이다. 안동 스스로도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자랑하고 있다. 그래서 일행은 입증된 안동의 역사·문화를 다시 조명하는 것보다는 안동의 새로운 역사·문화 유산을 찾기로 했다.

안동은 지금 예천과 함께 경북의 새 천년을 열고 있고, 스스로 '천년의 땅'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새 도청 소재지에 있었다.

안동 사람들은 예천과 함께 유치한 새 도청 소재지를 '길지 중 길지', '천년의 길지'라고 여기고 있다.

일행은 천년의 길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새 도청 소재지인 안동과 예천의 검무산(331m)일대를 찾았다.

풍수지리적 접근 방식으로 검무산에 다가갔다. 어떡하랴. 풍수엔 아마추어인 일행 앞에 놓인 검무산 일대는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이어서 숙제를 풀 재간이 없었다.

답을 찾기 위해 무작정 검무산에 오르기로 했다. 풍천면 갈전리 마을 입구에서 정상까지 1㎞ 남짓했지만 오르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정상으로 다가갈수록 산이 가팔랐고, 2월 말 때아닌 봄날씨 덕에 흘리지도 않던 땀까지 듬뿍 흘려야 했다.

정상에 오르자 일행의 궁금증은 단번에 풀려 버렸다. 오죽했으면 일행이 이견 없이 천년의 도읍지라는 결론부터 냈겠는가.

검무산 사방을 둘러 크고 작은 산과 구릉이 물과 만나고 있었고, 산과 물 사이에는 수많은 마을이 자리 잡아 삶의 터전을 이루고 있었다. 또 풍산과 풍천, 저 멀리 예천의 호명과 풍양, 지보 등 광활한 들이 산과 물, 마을과 어울리고 있으니 도청 소재지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일행은 풍수와 현장을 하나하나 맞추어 보았다.

검무산은 수도 서울의 진산(한 고을의 주산이자 마을을 보호하는 으뜸가는 산)인 북악산(342m)과 높이가 비슷하고, 문수지맥의 끝에 자리하고 있다. 문수지맥은 백두대간의 큰 줄기이자 봉화의 진산인 문수산에서 시작해 안동과 예천의 진산인 학가산(870m)까지 거침없이 문수산의 장엄한 기세를 내뻗은 뒤 마지막 검무산에 기세를 보태고 있다.

검무산의 맞은편 남쪽 강 건너에는 또 다른 지맥이 마주하고 있었다. '산은 강을 넘지 않는다'는 풍수의 대원칙에 따라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지맥, 보현지맥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문수산 인근의 태백산에서 흘러내려온 낙동정맥이 청송 주왕산을 지나 포항시 죽장면의 한 봉우리에서 남서쪽으로 다시 분기해 청송과 포항, 영천의 경계인 보현산에 이른다.

보현지맥은 보현산에서 시작해 청송과 영천, 안동 일직면, 의성 땅을 거치면서 긴 지맥을 형성하고 있고, 지맥의 또 다른 줄기가 안동 땅으로 내리뻗어 검무산 남쪽 하회마을 앞에서 병풍처럼 서서 검무산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검무산 남쪽 앞들의 도청 소재지는 문수지맥과 보현지맥에 둘러싸인 형국인 것이다.

산이 있으면 반드시 물이 있게 마련. 일행은 양 지맥 사이에 큰 강과 천이 흐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검무산의 동쪽에는 낙동강이, 서쪽에는 낙동강 상류의 큰 지류인 내성천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낙동강은 낙동강의 큰 물길을 연 봉화에서 그 기세를 키워 영양 일월산에서 발원한 반변천을 안동 시내에서 합류시킨 뒤 검무산의 도청 소재지 앞을 지나 하회마을을 휘두르고 있다.

내성천은 백두대간의 선달산(봉화 물야면)에서 발원해 봉화읍과 영주시를 지나 검마산의 서쪽인 예천군 보문면과 호문면 등을 따라 유유히 흐르고 있다.

따라서 새 도청 소재지 주변은 백두대간의 두 지맥인 문수지맥과 보현지맥이 남북으로 마주하고 있고, 낙동강과 내성천이 동과 서에서 흐르고 있어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역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풍수전문가들은 수도나 도청 소재지는 기세가 장엄한 산맥의 정기를 받는 곳으로, 큰 산과 큰 강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은 한북정맥이 끝나는 지점에 있으며 한강과 조화를 이루고 있고, 대구는 낙동정맥의 큰 줄기인 팔공정맥과 낙동강이 어울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명당에는 마을이 형성되고, 인물이 난다.

실제 검무산의 좌청룡 격인 정산(井山) 아래 가일마을(풍천면 가일리)에는 안동 권씨 집성촌이 있고, 바로 인근에는 안동의 또 다른 문중인 안동 김씨 집성촌이 자리하고 있었다. 백범 김구 선생이 바로 안동 김씨의 후손이다.

이뿐이랴. 검무산 남쪽 들에는 그 유명한 하회마을이 자리 잡고 있고, 검무산 뒤쪽에는 풍산 김씨 집성촌인 오미동이 위치해 있다. 이들 가문은 안동을 대표하는 명문가로 천년 이상의 세월을 지켜오면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천년의 길지를 가졌고,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유산과 인물,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까지 품고 있는 안동이 예천과 함께 경북의 새 천년을 이어갈 자격이 있지 않을까.

이종규·엄재진기자 사진·정재호기자

자문단 권두현 안동축제관광조직위원회 사무처장 임노식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원 박점석 안동 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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