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돈 들어갈 일은 많은데…."
치솟는 기름값에 들썩이는 공공요금으로 시름이 깊어진 가계에 3월 들어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생필품 가격마저 가파른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어 서민살이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고(高)환율에 안 오르는 게 없지만 구조조정과 임금삭감 등 고용불안에 벌이는 오히려 줄어 가계부는 빨간 불이 켜졌다. 서민 물가를 우선적으로 잡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공(空)수표가 된 지 오래다.
◆물가 대신 사람 잡겠네
정부는 벌써 1년째 '서민 물가안정'을 외치고 있지만 도무지 물가는 잡힐 기미가 없다.
서민들에게 가장 부담스런 것은 기름값이다. 지난해 하반기 하향세를 보였던 유가는 1월 첫째주를 기점으로 오름세로 반전됐다. 지난해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유류세 10% 인하가 올해부터 폐지된 데다 환율상승세까지 겹치면서 소비자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정부의 관세율 인상. 1월 1%였던 관세율이 2월에는 2%, 3월에는 3%로 인상됐다. 정부는 "관세율로 인한 소비자 부담은 미미하다"고 밝혔지만 가뜩이나 치솟는 기름값이 부담스러운 서민들은 "지금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 세율까지 인상해야 하냐"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초 ℓ당 1천290원이던 휘발유가격이 2월 넷째주 1천526원까지 치솟았다. 경유가격 역시 올 초 1천272원으로 출발했지만 1천325원으로 인상됐다. 구미까지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이규진(48)씨는 "주춤했던 기름값이 다시 치솟으면서 한달 기름값이 10만원가량 더 들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생필품 가격도 연쇄적으로 올라 서민가계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집중 관리한다는 52개 주요 생필품 물가인 이른바 'MB물가지수'는 지난해 1월과 비교해 41개 품목의 가격이 상승했다. 돼지고기(25.0%) 쌀(7.8%) 라면(14.7%) 빵(15.9%) 고등어(35.8%) 양파(55.5%) 우유(36.1%) 달걀(17.4%) 세제(16.2%) 등 서민들이 매일 쓰고 먹는 품목은 죄다 올랐다. 음식의 필수 재료인 양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4일 현재 대형마트 등에서 팔리고 있는 양파 1망(8개·1.7㎏) 가격은 4천58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64.7%나 올랐다.
◆앞으로가 더 걱정
편의점 물가도 들썩이는 중이다. 지난 1월 콜라, 사이다 등의 탄산음료 가격이 줄줄이 오른 데 이어 캔커피와 생수 가격도 50원가량 올랐다. 우유 등 유제품의 경우는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올랐으며, 아이스크림도 30~40%가량 올라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요즘 가격이 오르지 않은 물품을 찾기가 힘들 정도"라고 했다. 주부 이혜성(40·여·수성구 매호동)씨는 "지난해 1월의 가계부와 비교해보면 지출이 60만원 가까이 늘었다"며 "작년에는 5만원을 들고 마트에 가면 그나마 일주일 먹을거리를 살 수 있었는데 요즘은 7만∼8만원이 든다"고 했다.
지난해 말부터 회사가 어려워 보너스와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한 황모(41)씨는 "잘못하다간 신용불량자 신세가 될 것"이라며 하소연했다. 아파트 담보대출로 빌린 주택마련자금 9천만원의 이자를 갚기도 빠듯한데 수입마저 줄면서 벌써 5개월째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다고 했다.
3분의 1로 줄어든 가계 자산 역시 서민 살림을 옥죄는 덫이 되고 있다. 김모(59)씨는 두 자녀의 대학등록금 8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3주 전 펀드를 해약했다. 3천만원을 투자했던 펀드 평가액이 900만원까지 떨어지자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등록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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