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시대 뜨는 '소비 아이콘'

▲ 불황이 새로운 소비 아이콘을 만들어내고 있다. 모두 줄이는 형편 속에서도 화장품 등의 매출은 특이하게 증가하는 등 새로운 소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매출이 두자릿수 이상 늘어난 동아백화점 쇼핑점 화장품 매장. 동아백화점 제공
▲ 불황이 새로운 소비 아이콘을 만들어내고 있다. 모두 줄이는 형편 속에서도 화장품 등의 매출은 특이하게 증가하는 등 새로운 소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매출이 두자릿수 이상 늘어난 동아백화점 쇼핑점 화장품 매장. 동아백화점 제공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넘쳐나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을 선언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직장에 남아있다 하더라도 월급이 깎이는 사람이 속출하는 중이다. 최악의 불황, 어떤 이들은 '공황'이라는 비관적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황이 새로운 형태의 소비 풍조를 보여주고 있다. 아끼고 줄이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 우울함을 달래기 위한 방편으로 화장품 판매가 급증하는 '립스틱 효과'라는 기현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가족끼리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가족형 소비 현상'도 다시 강해지고 있다. 백화점과 소매점 등의 브랜치를 갖고 있는 동아백화점 각 매장의 올해 상품 판매량을 들여다보자 이런 현상이 확인됐다.

◆립스틱 효과

올들어(이달 4일까지) 동아쇼핑 화장품 매장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평균 13.5%의 매출 상승세를 나타냈다. 백화점 전체 매출 신장율이 거북이 걸음을 면치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주름개선, 화이트닝 등의 기능성 목적 기초화장품은 20% 이상, 고가인 영양크림, 보습에센스 제품도 17% 이상, 립스틱·아이새도우 등의 색조화장품 역시 15% 이상의 매출 신장세를 나타낸 것으로 동아백화점은 파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립스틱 효과로 파악하고 있다. 불황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지면 여성들이 비싼 옷이나 액세서리를 살 수 없게 되고 결국 화려한 화장으로 미적 욕구를 채운다는 것.

동아백화점 쇼핑점 패션잡화팀 김용수 대리는 "여성들이 의류 소비를 줄이는 대신 화장품쪽에 지갑을 열고 있다"고 했다.

SK증권에 따르면 불황이 본격화한 지난해 민간소비증가율은 1.9%이고 화장품은 11% 내외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는 민간소비가 0.5% 증가하거나 마이너스 성장할 수 있음을 고려해도 화장품은 4%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최대한 줄여라

의류는 특가상품, 이월상품을 중심으로 한 기획전 상품의 매출이 증가세를 주도하면서 줄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기획전 상품은 적게는 40%, 많게는 70%까지 가격할인된 옷이다.

7일 오후 쇼핑점 9층 이벤트 홀에서 만난 신미옥(40) 씨는 "예전 같으면 안내문구 등을 유심히 파악하지 않고 즐겨찾는 브랜드에서 옷을 샀지만 소득이 줄어들다보니 특가상품, 이월상품전이라는 신문 광고문구를 보고 찾아왔다"고 했다.

스포츠 의류는 양극화다. 골프 의류는 지난해보다 20%나 매출이 줄었다.

반면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등산 의류는 25% 이상의 매출이 늘었다. 아예 공짜로 할 수 있는 걷기·산책용 의류나 신발 역시 10%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무료 이벤트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문화센터 특강 프로그램은 무료 특강에 30% 이상 참가가 늘어났다.

◆가족의 품으로

식품관에서는 한우와 돼지고기, 쌀, 채소류 등의 매출이 8~13% 정도 늘어났다. 육류의 경우, 가정에서 쉽게 요리 해 먹을 수 있는 구이류와 국거리류를 중심으로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외식을 줄이면서 집에서 직접 조리를 하는 횟수가 늘어난 때문이다. 사람들이 퇴근 후 곧장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소비자들의 관심이 다시 가족으로 돌아오면서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올들어 잇따라 가족과 관련된 캠페인을 펼치면서 보험 영업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불황기일수록 본인을 포함한 가족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