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매매 여성 '구원의 창구' 사라지나

'자갈마당 현장지원센터' 연말 폐쇄

20대 초반부터 성매매의 굴레에 갇혀 있던 유선미(가명·35)씨는 3년 전 성매매업소를 탈출했다. 선불금과 감금, 성매매의 올가미에서 그녀를 구해낸 건 성매매집결지 현장지원센터였다. 유씨는 현장지원센터를 통해 선불금을 무효화했고, 1년에 걸쳐 우울증과 불면증 등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매달 생계지원까지 받았다. 검정고시를 거쳐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유씨는 현장지원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비슷한 처지에 놓인 성매매 여성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현장지원센터 관계자는 "현장지원센터가 유씨를 빼내 상담치료와 자활 지원을 하지 않았으면 그녀가 희망을 찾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유씨 같은 이들이 직접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집결지(속칭 자갈마당)에서 성매매 여성 지원 사업을 펼치던 현장지원센터가 올해 말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지난 3년간 한시 사업이었던 집결지 현장지원센터가 올해 말로 문을 닫고 기존 성매매 피해여성상담소로 업무를 이관한다. 예산도 크게 줄었다. 성매매집결지 여성 지원 예산도 올해 4억9천400만원에서 내년에는 9천700만원으로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 때문에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의 특성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은 외출을 꺼리고 업주들의 감시가 심해 현장에서 돕지 않으면 성매매 피해여성상담소를 찾아갈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

유흥업소 성매매 여성들의 경우 바로 공동작업장에 투입돼 자활과정을 거칠 수 있을 정도로 적응이 빠르다. 그러나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은 사회적응까지 오랜 치료와 자활 과정이 필요해 지속적인 현장 중심 지원이 중요하다. 업무를 이관하기보다는 상시 사업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장지원센터 관계자는 "오랜 시간 갇혀있다시피 지낸 여성들은 학원에 가도 말투나 습관을 잘 고치지 못해 따돌림을 당하거나 성매매업소 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며 "충분한 자활과정 없이 사회로 돌아오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곧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쉽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부 관계자는 "성매매 여성 지원 사업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성매매 인권상담소로 업무를 통합하는 것"이라며 "가능한 예산을 더 확보해 구체적인 후속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현장지원센터는?=성매매집결지가 폐쇄되면 오갈 데 없어지는 성매매 여성들의 생계지원과 의료, 법률지원, 신용회복, 직업훈련 등 사회 복귀 전반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정부가 지난 2006년 설립했다. 지난해까지 대구 현장지원센터를 통해 382명이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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