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플 & 피플] 'DFC'(Daegu Fixed Crew·대구 고정기어 자전거 타는 모임

오로지 내 힘만으로…성취감 남 달라요

싱글기어(고정기어)에 브레이크조차 없는 자전거가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려하게 치장한 싱글기어의 트랙자전거에게 '픽시'라는 애칭을 붙인 자전거를 즐기는 젊은층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미 11단의 변속기가 판매되는 시대에 그들은 왜 싱글기어에 열광하는 것일까?

'자연 그대로'라는 1차원적 개념이 아닌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단순함의 미학이 숨어있다. 여기에다 젊은이들의 도전정신과 자전거에 패션을 덧입히며 자신만의 세계를 꿈꾸기도 한다.

대구에도 싱글기어 자전거(이하 싱글기어) 매력에 흠뻑 빠져 활동하고 있는 DFC(Daegu Fixed Crew'대구 고정기어 자전거 타는 모임) 동호회. 작년 3월 창립한 DFC는 20대 젊은이 20여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카페 회원수는 벌써 100여명을 훌쩍 넘어섰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선 대구가 회원수에서 가장 많다. 서한빈(22'대학생) 동호회장은 "처음엔 동호회 결성까지 생각지 않았지만 젊은이들에게 자전거 타는 예의 등 자전거문화 확립을 위해 동호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 10시 국채보상공원'수성못'월드컵경기장 등에서 정기모임을 하는데 코스는 회원투표로 정한다. 한번 모임에 2~3시간 정도 탄다. 싱글기어이기 때문에 운동량은 엄청나단다.

"일반 자전거는 주로 다리 앞 근육만으로 타지만 싱글기어는 허벅지 전체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리의 근력이 증강될 뿐 아니라 브레이킹도 발로 하기 때문에 무릎 뒤의 근육도 튼튼해져 무릎 질병 치료에도 아주 좋아요." 회원 김용진(27'회사원)씨는 싱글기어 예찬론을 늘어놨다.

싱글기어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또다른 이유는 자기 성취감이다. 고정기어이기 때문에 정해놓은 목표의 오르막을 오르면 힘은 들지만 도달하는 순간 또 다른 희열을 느낀다고. 내리막길에도 페달을 밟아야하기 때문에 힘든 일을 싫어한다는 젊은이의 편견의 장벽도 말끔히 깨뜨린다. 자전거 달리기 뿐 아니라 윌리(앞바퀴 들고 주행하기, 뒷바퀴 들고 주행하기)'점프'바스핀(핸들 돌리기) 등 묘기를 부리며 도전정신도 키울 수 있다. 자기 다리 힘으로 달리기 때문에 회원간 승부욕도 발동하고 뒤처진 친구는 끌어주며 협동심도 기를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 인내심과 협동정신을 키워 사회적응 능력을 길러주는 자양분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여성회원 이은지(22'대학생)씨는 "보는 것보다 직접 한 번 타보세요. 일반 자전거는 일정한 속도를 내게 되면 페달링도 쉬면서 하는 게 좋지만 싱글기어는 기어조정 없이 다리힘 만으로 페달을 밟아야하기 때문에 전달되는 힘이 고스란히 바닥에까지 미치는 느낌을 받는다"며 "자전거와 하나 되는 경지까지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싱글기어 자전거 애호의 또 다른 매력은 자유로운 옷차림으로 대변되는 자유분방함에 있다. 간혹 헬멧'쫄쫄이 옷 등 장구를 갖춰 타는 마니아층으로부터 예의 없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이 주류여서 기본장구 갖추는데 드는 금전적 부담도 덜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원래 고정기어 자전거는 미국서 '퀵서비스' 하는 가난한 젊은이들이 값비싼 일반 자전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값싼 고정기어를 타는데서 유래했다. 여기에다 핸들'바퀴'페달 등에 다양한 색상을 아기자기하게 입혀 자기만의 자전거로 만드는데까지 진화되고 있다. 자전거와 패션의 만남이 젊은이들 사이에 성행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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