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도심 재창조] 도심 콘텐츠 하면 북성로, 왜?

100년 역사 공구골목…문화·산업자산 자부심도

대구시민들은 물론 도심에 거주하는 주민들까지도 가장 먼저 꼽는 도심 콘텐츠로 북성로를 내세운 것은 다소 의외였다. 지금까지 도심 정책이 읍성 동·남부의 상업시설과 개발 중심으로 추진됐으나 도심 쇠락을 막을 수 없었다는 평가가 시민들 사이에 널리 퍼졌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북성로에 담긴 역사·문화·산업적 자산이 녹록치 않다는 데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성로에 사는 사람들의 평가는 더욱 높았다. 매일신문사가 북성로 주민들을 상대로 심층인터뷰를 통해 실시한 사례 연구에서 이들은 "북성로 공구골목의 100년 역사는 우리 근대사다",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공구거리이고 전국 공구상 1, 2등이 북성로에 있다"며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공구골목이 단순히 산업부품이나 공구 그 자체의 의미를 넘어 근대 산업화 시대의 역사이자 대구 원도심의 가치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자산이라는 주장이었다.

유통단지 조성, 값싼 중국산 공구 수입, 낡은 건물과 주차난 등을 북성로 쇠퇴 이유로 꼽은 주민들은 북성로 재창조를 위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의견들을 쏟아냈다. 정일룡씨는 "생활공구골목, 용접골목 등 테마를 담아야 한다. 아파트를 지으면 안 된다. 오래된 건물과 연계해 개발해야 한다"며 생활공구 체험학습 공간으로 재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형광등 하나 제대로 갈아끼우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생활에 도움이 되는 DIY를 가르치는 곳'으로 만들자는 것.

정재훈씨는 "옛 연초제조창에 들어설 문화창조발전소와 연계하고 문화예술하는 그룹을 북성로에 들어오게 해서 공구와 예술이 어울리는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정연석씨는 공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와서 보고 즐길 수 있는 공구전시체험장을 만드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북성로의 도로여건과 접근성을 개선한 뒤 체험, 창작, 실용성이 결합된 독특한 축제를 만든다면 대구 도심을 대표하는 명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옥 사진-서성로 일대에 밀집한 한옥들. 대구 도심은 한옥과 단독주택, 근대 건축물이 골목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원도심의 모습을 상당히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이 최대의 강점이다. 주민들 역시 여기에 동의하면서 역사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도심재창조를 요구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김재경·서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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