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성로·공구골목 등 대구 자랑거리로"

[대구 도심 재창조] 주민들이 원하는 '재생' 방향은?

▲ 서성로 일대에 밀집한 한옥들. 대구 도심은 한옥과 단독주택, 근대 건축물이 골목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원도심의 모습을 상당히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이 최대의 강점이다. 주민들 역시 여기에 동의하면서 역사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도심재창조를 요구하고 있다.
▲ 서성로의 한 골목.
▲ 서성로 일대에 밀집한 한옥들. 대구 도심은 한옥과 단독주택, 근대 건축물이 골목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원도심의 모습을 상당히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이 최대의 강점이다. 주민들 역시 여기에 동의하면서 역사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도심재창조를 요구하고 있다.
▲ 서성로의 한 골목.

불과 몇 십 년 사이에 영남의 중심에서 재생(再生)의 대상이 되어버린 대구 도심.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겪고 있는 도심의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조사 결과 주민들은 도심의 주거나 이미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크지만 역사성이나 골목, 한옥 등에 대한 자긍심이 높고 도심 재창조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매일신문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21에 의뢰해 대구 중구 성내동 가운데 옛 대구읍성 내의 한옥이나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주민 15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해 나타난 결과로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7.97%p 이내의 표본오차를 가진다.

◆도심 주민과 거주 특성

도심에 사는 주민들은 대구 평균보다 훨씬 연령층이 높게 나타났다. 대구의 20대 이상 인구 188만여명 가운데 20대와 30대 인구는 77만여명으로 41%를 차지했으나 중구는 20대와 30대가 38.2%로 다소 적었으며 이번 조사 대상자는 6%에 불과했다. 도심에서도 한옥(33%)이나 단독주택(67%)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구나 중구의 인구 특성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성내동에 거주한 기간은 평균 25년으로 나타나 7~10년 주기로 바뀌는 대도시의 주거 특성과도 크게 달랐다. 특히 60대 이상 응답자는 평균 30년 이상 거주하고 있었으며 1960년대 이전부터 살아왔다는 사람도 32.6%나 됐다. 살고 있는 가옥도 지은 지 평균 36년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930년대 이전에 건축됐다는 응답도 13%나 됐다. 중앙로를 중심으로 서부지역의 가옥 건축연도가 훨씬 오래돼 평균 39년을 넘었다.

◆주거 여건과 정서적 특징

도심 주민들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주거여건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48.4점을 줘 대구시민들의 도심 주거여건 평가(48.1점, 본지 1월1일자 보도)와 비슷하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교통여건(83점), 쇼핑·의료·문화·행정 등 생활편의시설(74.1점)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친환경성(45.5점), 교육환경(46.3점), 발전가능성과 투자가치(49.9점) 등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이었다. 아파트단지와 비교해 좋지 않다는 인식이 53.3%로 좋다는 인식(39.3%)보다 다소 높았다. 특히 50대 이하 연령층(62.5%), 대졸이상 학력층(67.6%), 직장인층(76.2%), 1980년대 이후 거주층(62.1%)에서 좋지 않다는 태도가 더욱 강했다.

성내동의 역사성에 대해서는 유서 깊고 전통적이어서 좋다는 응답이 80%에 이르렀으며 주민들이 친절하고 잘 알고 지낸다는 응답도 70%에 달했다. 그러나 세련됨, 활기, 깨끗함 등의 측면에서는 50점 안팎의 점수밖에 받지 못했다.

◆도심 콘텐츠

도심에서 특징이나 내세울만한 점으로 거리/골목/시장(65.3%)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 가운데 북성로/공구골목(25.5%)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약전골목(12.2%), 동산동 일대와 상가골목(각 5.1%), 향촌동 일대와 오토바이골목, 시장(각 3.1%) 등으로 나타났다. 주민들 스스로 도심의 역사와 주민 생애를 담은 근대문화유산이 도심재창조의 중요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병원과 역(11.2%), 백화점이나 쇼핑시설(10.2%), 동네 분위기(10.2%) 등도 중요 콘텐츠로 거론됐다. 읍성 동부지역 주민들의 경우 백화점이나 쇼핑시설(24%)을 주요 콘텐츠로 내세웠으나 읍성 서부지역 주민들은 북성로를 중심으로 한 거리와 골목(78.1%)을 거의 한목소리로 꼽았다.

도심에 사는 주민들이 기억하는 골목이름을 알아본 결과 북성로(21.1%)를 가장 먼저 이야기했으며 교동시장(10.5%), 옥골마당(경상감영공원 뒤편 일대로 옥(獄)이 있던 자리라고 해서 붙은 이름)과 돼지골목(각 6.6%), 서성로(5.3%), 약전골목과 진골목, 향촌동골목(각 3.9%) 순으로 지목했다.

◆도심재창조 사업 평가 및 방향

도심재창조와 관련된 대구시의 주요 사업과 계획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지만 지속적이고 다양한 사업들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가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녹지공간 확보와 보행자 중심 교통계획과 관련된 사업으로는 공원, 광장 등 휴식공간 조성(83.3%), 신천에서 경상감영공원을 거쳐 달성공원으로 이어지는 녹지축 조성(83.3%), 중앙로와 국채보상로 등 도심을 잇는 횡단보도 설치(82.7%) 등에 대한 지지도가 대단히 높았다.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한 도심 활성화 방안으로는 종로 문화거리 조성(86.7%), 경상감영 객사 및 대구읍성, 성문 등 복원(86%), 한옥과 근대건축물, 골목 등 보존 및 활성화(80%) 등을 중요하게 꼽았다.

도심 속 마을 가꾸기(80.7%), 마을축제 개발(80.7%) 등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사업에 대한 지지도 역시 높았다. 동대구역이 종착역인 KTX의 대구역 정차에 대해서는 83.3%가 찬성했다.

도심재창조 과정에서 지켜야 할 덕목으로는 주민 참여를 통한 계획 수립과 추진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70.7%로 대구시민 조사 결과(49.4%)보다 훨씬 높아 지역 주민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하지 않거나 커뮤니티 형성에 기여하지 못하는 일방적인 개발 위주 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줬다. 우려되는 문제로는 개발이익의 외부유출로 인한 지역경제기반 악화(28.7%), 기존 주민 및 상인의 정착률 감소(27.3%), 공동체 내의 갈등과 불신(26%) 등을 들었다.

특별취재팀 김재경·서상현기자 사진·이채근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