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만나 첫 인상을 결정하는 데는 6초가 걸리고 그 첫 인상은 평생 동안 기억의 배경이 된다고 한다. 수년 전 필자가 경주의 보문단지를 찾았을때 적잖이 놀란 적이 있었다. 개울물이 흐르던 낮은 둔치에 잘 정돈된 축구장이 길게 들어서 청소년들이 축구를 즐기고 있었다. 경주하면 떠오르는 문화의 도시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어서 얼핏 낯설게 느껴져 의아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옛날의 어린 화랑들도 저렇게 뛰놀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활력이 넘치는 도시의 느낌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축구장에 전국유소년축구대회가 열리더니 최근에는 황성구장등 23개 축구장에서 전국 369개팀이 출전하는 화랑대기가 열려 선수와 부모, 응원단 등 3만5천명이 경주를 찾은 덕에 연간 300억원의 가치를 창출한다고 한다. 불과 몇 년만의 변화치고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는 차 속에서 맨 처음 대구를 접하는 느낌은 어떨까? 아쉽게도 칠곡을 지나 서대구로 진입하며 비쳐지는 대구의 첫 인상은 선뜻 눈에 들어오는 무엇이 없다. 색채도 형상도 없으니 느낌도 없는 것이다. 최근 들어 사장교(높은 탑과 쇠줄로 지탱하는 다리)를 건설하면서 몇 년 뒤 밤이 되면 화려한 교각의 불빛을 만나겠지만 낮에는 여전히 염색공단을 따라 흐르는 강물과 비닐하우스와 강 건너 갈대밭의 벌판 뿐이다.
그 벌판은 길이가 1km 가까이 되고 폭도 200m가 넘지만 단지 하천이란 이유로 십년 가까이 벌판으로 방치돼 왔었다. 최근 들어 4대강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체육공원이 입안되어 있지만 고속철도도 들어설 계획이어서 금년 6월로 예정된 공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아직 확실치 않다.
1970년대 이후 대구는 수많은 야구 스타를 배출해 왔다. '구도 대구'라 자랑하고 긍지를 느끼는 이유도, 삼성 라이온즈가 대구를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인구 대비로 보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회인 야구팀(600여개)이 있고 클럽 리틀야구도 10개팀이나 활동하고 있어 야구 열기가 전국에서도 손꼽힌다. 제2의 이승엽을 잉태할 무한한 잠재력은 가진 셈. 하지만 정작 저변 확대를 위해 이들이 즐길 운동장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2011년이면 대구의 축제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대구를 찾을 것이다. 굳이 그들이 아니더라도 평소 대구를 찾거나 지나치는 이들의 눈에 비쳐지는 첫 인상을 위해서도 필자는 이곳을 테마가 있는 야구 공원으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푸른 잔디를 심어 피곤한 시선에 탁 트인 청량감을 심고 유소년과 시민들이 넓은 공간에서 야구를 즐기는 모습은 우리들 삶 자체 뿐 아니라 바라보는 이에게도 활력을 선사할 것이다. 첫 인상이 좋으면 만사가 형통한다고 하지 않는가. 최종문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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