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또 '아니면 말고' 인터넷 악성 루머인가

지난 7일 자살한 탤런트가 남긴 문건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로 시끄럽다. 리스트에 적혀 있는 정계 재계 언론계 유명 인사들의 실명과 성상납'술시중 같은 자극적인 표현이 세상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인터넷 포털에서 인기 검색 1위일 정도로 이 리스트는 사이버 공간과 현실에서 눈덩이처럼 부풀어오르고 있다.

인터넷 악성 루머가 가져오는 심각한 폐해는 이미 '나훈아 괴담' '최진실 악성 댓글' '연예인 X파일' 같은 대표적인 사건에서 확인했었다. 누군가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지어내 인터넷에 올리면 철모르는 초등학생까지 달려들어 퍼 나르는 게 우리 사이버 세계의 수준이다. 그 루머가 유명인이고 말초적인 황색 내용일수록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확산 속도에 불이 붙는다. 당사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일일이 해명할 수도 없고 설사 거짓 판명이 나도 이미 만신창이 난 당사자의 인격과 명예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장자연 리스트'라는 것도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리스트의 사실 여부는 경찰이 수사를 통해 확인할 내용이다. 현 단계에서는 억측에 지나지 않는 루머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나'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는 '리스트 퍼 나르기' '악성 댓글 달기'는 당사자들에 대한 인격 살인이다. 심대한 명예훼손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수없는 피해를 부르고 천박한 사이버문화를 조장하는 인터넷 악성 루머 양산은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고질적 병폐다. 표현의 자유 운운하면서 두둔할 때가 지났다. 인터넷 자체에서 정화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면 형사정책적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국회에서 논란 중인 '사이버 모욕죄' 법안도 그런 차원에서 깊이 있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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