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널돋보기] '누가 열매를 차지할 것인가?'

KBS1 환경스페셜 25일 오후 10시

춥고 배고픈 겨울, 야생의 중요한 먹이원은 가을에 남겨진 열매들이다. 열매는 식물이 만들어내는 고단백 캡슐. 낙곡, 밤, 잣 등 열매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갈등과 나눔을 보여준다. 낙곡 한 알은 기러기, 두루미 등 겨울 철새의 먹이원이고, 쥐, 말똥가리, 삵 등의 먹이사슬로 연결된다. 밤송이에는 밤바구미, 어치, 다람쥐가 몰려들어 인간과 애증의 관계가 형성된다. 잣 쟁탈전에서는 청설모, 동고비, 곤줄박이의 3파전을 보여준다. 생태계 일부인 인간이 자연에서 얻은 '소유'를 어떻게 지키고 나눠야 하는지, 자연의 자원이 네트워크를 통해 어떻게 나눠지는지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낙곡은 벼를 수확할 때 2% 발생한다. 인간에게 버려지는 것이지만 야생동물의 중요한 먹이자원이다. 하지만 고성능 콤바인의 등장과 볏짚말이 등으로 낙곡이 줄면서 야생동물이 굶주리고 있다. 실험을 통해 야생동물이 얼마만큼 낙곡에 의존하는지, 어떤 먹이사슬이 형성되는지 보여준다. 낙곡을 먹으러 방앗간으로 매일 출근하는 참새와 쥐의 일상도 보여준다.

GPS 추적결과 고라니의 행동반경은 불과 2㎞로 나타났다. 고라니는 농경지를 근거로 숙식을 해결한다. 너구리와 삵도 5㎞ 이내에서 움직인다. 고라니, 너구리, 삵 등 포유류 대부분이 논 주변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뭘까? 초식동물에게는 낙곡과 풀이 먹이가 되고, 삵과 맹금류에게는 낙곡을 먹는 쥐가 있기 때문.

벌레 먹은 밤을 깨물었을 때의 아픈 기억을 제공한 주인공은 밤바구미다. 긴 주둥이로 구멍을 뚫어 산란하고, 부화한 애벌레는 밤을 먹고 자란다. 다람쥐는 벌레 먹은 밤을 좋아한다. 채식도 하고 애벌레의 단백질도 공급받는 일거양득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가시 박힌 밤송이를 뜯어내는 청설모의 놀라운 테크닉도 보여준다.

스님은 공양의 일부를 산새들과 나눠 먹는다. 곤줄박이는 날아와 손에 앉고, 입맞춤을 하고, 법당에 들어와 잠을 잔다. '밥'을 나누고 신뢰를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스님에게 산속의 작은 생명들은 도반이고, 스승이다. KBS1 TV '환경스페셜'(25일 오후 10시)을 통해 공존을 위한 2%의 배려, 나눔을 통해 얻게 되는 자연이 주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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