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놀고먹으라'는 실업급여 규정 고쳐야 한다

실직자 고통을 덜어주고 재취업을 돕기 위한 실업급여가 오히려 실직상태를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실업급여 수령 기간 중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등에 종사할 경우 그만큼의 수입을 빼고 실업급여를 지급한다는 고용보험법 규정 때문에 차라리 놀고먹자는 풍조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업급여는 연령, 고용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하루 2만8천 원부터 4만 원까지, 기간은 90일부터 240일까지 차등지급된다.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로선 적지 않은 돈이지만 가족을 부양하거나 생계를 유지하는 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러다 보니 대리운전이나 막노동, 파트타임 일자리 등으로 눈길을 돌리게 마련이다. 실업급여도 받고 다른 일을 해서 몇만 원 푼돈이라도 벌어 생계를 이어나가려는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다.

고용보험법은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실업급여 기간에는 꼼짝 말고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라는 거나 다름없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산물이다. 지난달 인천의 한 모녀는 일거리가 끊기는 바람에 수입이 전혀 없어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교회에서 뻥튀기 장사나 해보라고 준 낡은 봉고차로 인해 소득이 있는 것으로 간주돼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규정 탓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소녀에게서 받은 편지를 소개하고서야 구청 공무원이 지원에 나섰다.

지금은 한가하게 규정이나 따져서는 안 되는 비상상황이다. 현실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규정이라면 과감하게 고치는 게 마땅하다. 고용보험법 실업급여 규정도 마찬가지다.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같은 일시적이고 비정상적인 소득이라면 일정 수준까지 인정해주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쪽으로 규정을 고쳐야 한다. 이번에도 대통령이 나서야 규정을 바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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