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를 마라톤 도시로] "인간한계 2시간 벽도 깨질것"

현대 마라톤은 스피드와의 전쟁이다. '후반 30km 이후에 승부를 건다'는 작전은 옛말이다. 40km까지 스피드 전쟁에서 살아남은 선수들조차 나머지 2.195km에서 살아남은 선수들끼리 최후의 스피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승부는 결승선이 있는 경기장 안 트랙에서 결정되는 경우도 적잖다.

세계 기록 보유자인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는 지난해 9월에 열린 제3회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3분59초로 우승했다. 최초로 2시간4분대 벽을 깨뜨렸다. 그는 100m를 평균 17.63초의 속도로 달렸다. 10초에 평균 56.7m를 달린 셈이다. 단거리의 확대판과도 같다.

세계 마라톤은 1908년 존 하예스(미국)가 2시간55분18초의 공식 기록을 세운 이래 올해로 101년째를 맞는다. 101년 동안 51분19초가 빨라졌다. 1988년 4월 벨라이네 딘사모(에티오피아·2시간6분50초)가 2시간7분대의 벽을 깬 뒤 할리드 하누치(미국·2시간5분42초)가 1999년 10월, 11년6개월 만에 2시간6분대 벽을 넘어섰다. 2003년 9월 폴 터갓(케냐·2시간4분55초)은 4년 만에 2시간4분대에 진입했다. 이후 5년 만에 게브르셀라시에가 마의 시간대로 여겨졌던 2시간4분대의 벽도 통과했다. 현재의 세계 기록 작성 속도라면 머지않아 2시간3분대, 2분대의 벽도 깨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스포츠 생리학자들은 통상 "2시간대 벽은 깨지겠지만 1시간55분대 때까지 근접하진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 마라톤 최고 기록은 2000년 도쿄국제마라톤에서 이봉주가 세운 2시간7분20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게브르셀라시에가 결승선에 골인할 때 이봉주는 정확히 1.108km 뒤처진 41.087km 지점을 달린다고 말할 수 있다.

세계 마라톤 기록 단축에는 한때 마라톤 강국이었던 한국도 한몫을 했다. 고(故) 손기정 선생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2시간26분42초로 당시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고, 서윤복이 1947년 보스턴마라톤에서 2시간25분39초의 세계 기록을 이어받기까지 12년간 세계 기록을 보유했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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