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는 안될 것 같고 쪼매만 좀 빌릴라고예."
"적금 깨기는 아깝고... 적금 담보로 우예 좀 빌릴 수 있으까예?"
대구경북지역 은행 지점마다 최근들어 크게 늘어난 손님들이 있다. 몇백만원짜리 소액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다.
직장을 잃거나 월급이 깎이는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생활비가 궁한 사람들이 급증, 1천만원 이하의 소액 생계형 대출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대구은행이 이달 24일을 기준으로 예금이나 펀드를 담보로 걸고 대출을 해간 금액을 집계해보자 1천442억원이었다 지난해 이맘 때는 1천310억원. 1년새 10%나 늘어났다.
이달 24일을 기준으로 예금·펀드 담보대출을 받아간 사람들은 1만4천291명. 이 가운데 1만323명이 1천만원 이하의 소액 대출자들이다. 예금이나 펀드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간 사람들의 73%가 1천만원 이하의 소액대출자들. 그만큼 몇푼이 아쉬운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지난해 이맘때 대구은행에서 자신의 예금·펀드를 담보로 1천만원 미만 소액을 빌려간 사람들은 9천543명. 하지만 올해는 이달 24일을 기준으로 할 때 1만323명을 기록, 10% 가까이 늘어났다.
1천만원 미만의 소액대출 금액 역시 지난해 이맘때는 308억원이었지만 이달말엔 323억원으로 5% 가량 늘어났다.
예·적금 담보대출은 불입한 예·적금 한도 안에서 빌려 주는 것이라 즉시 대출이 가능하다. 또 대출이자(예·적금 이자+1.5%포인트)도 현금서비스보다 훨씬 싸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최근 이용이 늘고 있다. 조기상환 수수료도 없는데다 형편이 나아지면 언제든 갚으면 되고 여의치 않으면 예·적금 만기 때 대출금을 떼고(상계처리) 원리금을 받으면 된다.
대구은행 개인여신부 최상수 부부장은 "예·적금 담보대출을 받을 때 인터넷을 이용하면 대출이율이 0.2%p정도 싸고 인지대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요즘 창구를 보면 돈을 맡기러 오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고 소액이라도 빌려보려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남편이 직장을 잃어서' '남편 월급이 3개월째 안 나와서' 등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고 은행 창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힘들여 넣은 예·적금이나 펀드가 있는 사람은 이를 담보로 빌려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소액대출을 받을만한 신용등급이 안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힘없이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