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인터넷과 민주주의

英 시민참여 늘어 지역발전 기여, 지역민 온라인 활동도 증가 기대

필자는 영국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Oxford Internet Institute)에 와 있다. 3월 5일과 6일에 이 연구소는 미국 하버드대학의 인터넷사회 연구소인 버크만센터(Berkman Center), 옥스퍼드대학의 저널리즘 연구소인 로이터센터(Reuter Center)와 공동으로 '인터넷과 민주주의'에 관한 전문가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워크숍에서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캠페인 웹사이트, 블로그(Blog), 페이스북(Facebook)의 영향을 비롯하여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인터넷의 정치적 역할과 효과에 대해서 논의하였다.

워크숍에서 발표된 영국의 '그들에게 편지 쓰기'(WriteToThem.com) 웹사이트 분석은 큰 주목을 끌었다. 시민들이 이 웹사이트에서 자신의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주거지를 대표하는 지역 의원, 국회의원, 유럽 의원들에게 간단하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시민들은 이메일을 통해서 지역의 당면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정치인의 관심을 촉구하고 조속한 해결을 요청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8년도에 이 웹사이트를 통해서 이메일을 보낸 사람들의 약 3분의 2가 정치인들로부터 답장을 받았다고 한다. 나아가, 웹사이트 이용자 가운데 45%는 과거에 한 번도 지역의 정치인들에게 어떤 접촉도 시도하지 않은 정치 무관심 계층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시민들은 연구팀과의 인터뷰에서 이메일에 답장을 보내지 않은 정치인을 다음 선거에서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터넷을 비롯한 새로운 디지털 매체 덕택에 시민의 정치 참여는 개선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확산되는 맞춤형정보배달(RSS)과 이용자제작콘텐츠(UCC)의 활성화는 정치 담론과 시민 참여를 촉진하며 인터넷이 이상적인 공적 영역(public sphere)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인터넷 매체는 시민들이 민주주의 과정에 참여하도록 견인할 뿐 아니라 합리적인 시민 담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인터넷의 긍정적 역할을 비판하는 입장에 따르면, 인터넷은 다양한 정치적 의사소통 행위를 위해 사용되기보다 오히려 사회적 양극화를 낳는다고 한다. 나아가 인터넷이 기존의 위계 질서와 정보 독점을 제거하고 이질적인 집단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증대시키는 공간이라는 주장은 실제보다 훨씬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인터넷의 정치적 효과와 영향에 대해서 서로 다른 접근이 존재하는 가운데, 영국에서 전개된 '정치인에게 이메일 보내기' 캠페인 성공 사례의 시사점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인터넷의 첨단적 기술적 특징을 굳이 이용하지 않더라도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면, 기본적인 인터넷 매체인 이메일을 통해서도 정치인과 시민들 사이에 과거보다 가깝고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면서 민주주의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제 대구 경북을 둘러보자.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09년 2월 현재 대구의 인터넷 이용률은 73.5%, 경북은 대구보다 약 8% 적은 65.9%, 인터넷 이용자 수는 대구는 177만 명이며 경북은 169만 명, 가구당 컴퓨터 보급률은 대구가 79.0%인 반면에 경북은 66.6%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초고속서비스(broadband)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전체 가구의 절반을 조금 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디지털 네트워크는 인터넷 민주주의 활성화를 위한 최적의 환경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지역 주민의 인터넷을 통한 정치 및 행정의 참여도는 저조하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도에 대구 시민들이 인터넷을 이용하여 민원을 청구한 경우는 29%에 불과했다.

'대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의 저자 서로위키(J. Surowiecki)가 주장하듯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여러 사람들의 의견과 지식이 모이면 어려운 사회적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대구 경북에도 정치인과 시민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한 디지털 채널이 더 많아지고 온라인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증가하기를 바란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 언론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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