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피겨 스케이팅 예찬

먼 나라 이야기만 같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지난 주말에 온 국민이 가슴 졸이며 보았을 세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 선수가 드디어 1위를 했다. 이전의 여러 경기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지는 모습이 너무나 속상하고 안타까웠고, 넘어진 후 서둘러 일어서는 모습이 안쓰러워 이번에는 제발 넘어지지만 말라고 기원했다. 경기를 보면서 김연아 선수가 무사히 착지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불끈 쥐어졌다. 라이벌 일본 선수를 이기고 꿈의 200점을 돌파한 것 보다, 열악한 피겨 불모지에서 이룬 것이기에 더욱 더 의미있고 기쁜 일이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우리 모두 가슴 찡한 뜨거운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금메달로 한국은 김연아 신드롬에 빠졌다. 피겨 스케이팅의 인기 속에 빙상장이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여학생들로 북적이는가 하면, 김연아 선수가 그동안 경기에 사용했던 음악을 모은 클래식 앨범도 5만장 이상 판매되고, 치과에서는 치아 교정까지 '김연아 특수'를 맞고 있다. 또 김연아 선수가 나온 광고 관련 상품 매출도 쑥쑥 늘고 있다고 하니 과연 피겨 퀸의 위력은 대단하다.

언론도 김연아 선수가 피겨를 스포츠에서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표현했다.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 선수는 운동 경기가 아니라 오페라나 뮤지컬을 보는 듯 착각하게 했고 마치 사람들에게 음악과 몸짓으로 이야기하는 뮤지컬의 주인공 같았다. '죽음의 무도'에서는 강렬한 눈빛으로 관객을 사로잡았고, 마지막 경기에서는 아라비아 공주 같은 의상을 입고 아라비안 나이트를 소재로 한 '세헤라자데' 음악으로, 공주가 왕에게 1천가지 이야기를 매일 밤 해줬듯 얼음 위를 춤추며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분명 피겨 스케이팅은 스포츠 중 하나이다.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고 올림픽이나 각종 대회에서도 경쟁의 결과로 순위를 판명하는 운동 경기이다. 김연아 선수는 가냘픈 몸매지만, 힘과 기술을 앞세워 테크닉에 급급해하는 여러 선수들을, 풍부하고 예술적인 감정 표현으로 압도했고 실제 예술 점수도 다른 선수를 앞섰다. 음악이 동반되는 스포츠 경기는, 리듬체조, 수중발레, 피겨 스케이팅 정도일 것이다. 많은 동양인들이 뮤지컬이나 오페라 같은 서양 음악에서 훌륭하게 활동을 하지만 표정 연기나 감정 표현에서 미숙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런 면에서 어린 나이에 김연아 선수가 보여준 결과는 놀랍고, 이런 결과를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보낸 힘든 시간과 노력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피겨 스케이팅은 스포츠가 아니라 뮤지컬이나 오페라와 같은 종합예술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성기혁 사랑이 가득한 치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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