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관심 있는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범물동 주민들의 모임인 '버스종점이 있는 마을'이 매달 첫 번째 토요일 오후에 '마을 인문학 이야기 마당'을 연다. 강사가 주제강연을 하고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형식이다. 첫 번째 모임은 4일 오후 8시 용지네거리 부근'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re)에서 열렸다.
'마을 인문학 이야기 마당'은 지산동과 범물동 주민들과 강사로 참가하는 사회 명사들이 함께 꾸려간다. 학교처럼 공식적인 공간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 삶의 저변에서부터 문화 인프라를 만들어나가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현재 회원은 김용락(시인·경북외국어대학교 교수) 김윤곤(시인) 김태용(기자·시민사회신문 대구지사장) 권오현(문학평론가) 김세진(시조시인·영신초등학교 교사)씨 등으로 모두 지산동과 범물동에 사는 사람들이다.
김용락 회원은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눠야 문화도 있고 지성도 있다. 이야기를 나누자니 마당이 필요했다. 마당은 방처럼 닫힌 공간이 아니고 거리처럼 완전하게 열려 있어 스쳐 가는 공간도 아니다. 마당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지만 아무나 들어오는 곳도 아니다. '마을 인문학 이야기 마당'에서는 차를 마시며 문학을 이야기하고 이웃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 주제를 꼭 문학과 예술에 한정할 생각은 없다. 정치와 문화, 사회 전반에 걸쳐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생각이다"고 밝혔다.
'버스종점이 있는 마을' 주민들과 민족작가회의 회원 등 ( )명이 참가한 가운데 4일 처음 열린 이야기마당에서는 '꽃과 시 그리고 인생'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강사로 나선 김윤현 시인(전 대구작가회의 회장·대구영진고 도서관장)은 들꽃을 주제로 쓴 자신의 시 몇 편을 소개하고 우리의 삶을 들꽃의 삶에 비유해 이야기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단독자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꽃도 사람도 저 혼자는 살 수 없습니다. 들꽃은 한꺼번에 피지 않습니다. 꽃나무는 종류마다 시차를 두고 핍니다. 봄에 피는 꽃, 여름에 피는 꽃, 가을에 피는 꽃이 있습니다. 심지어 겨울에 피는 꽃도 있습니다. 꽃은 제가 살기 좋은 계절을 골라서 한꺼번에 피지 않는 것입니다."
김윤현 시인은 들꽃이 저 혼자 사는 대신 벌과 나비와 함께 사는 방식을 택했음을 강조했다. 그것은 생존전략이자 배려이며 조화라는 말이었다. 그는 또 '들꽃의 자리'를 설명하면서 우리가 어떤 자리에 서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들꽃의 삶은 앞뒤 위아래가 아닌 옆의 삶입니다. 위와 아래, 앞과 뒤의 관계는 권력의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존재자의 관계는 전후·상하가 아닌 옆의 관계이어야 합니다. 옆자리는 견인이나 추종의 자리가 아니라 동반자의 자리입니다. 우리가 서야 할 자리이지요."
'카페 드 플로르'는 서구 지성을 대표했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화가 피카소 등이 들러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문학과 철학, 예술을 논하던 카페였다. 그 이름을 따 수성구 범물동에 문을 연 이 카페는 꽃과 시에 대해, 지성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공간이다. '마을 인문학 이야기 마당' 참가에는 따로 등록비가 없다. 그날 자신이 마시는 차 값 정도만 준비하면 된다. 나이나 직업, 사는 곳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문의 053)782~4500.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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