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이제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녹색전환)'이다

지역역량.시장흐름 먼저 고려, 기존산업, 녹색기술로 전환을

이명박 정부가 '低(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새 국가비전을 제시한 이후, 정부는 올해 초 50조 원에 달하는 '녹색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 개발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이른바'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자원도 빈약하다. 태양열을 이용해 주유소 하나 정도의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최소한 축구장 20개 면적에 태양열 집열판을 깔아야 한다. 게다가 기술수준도 실리콘계 태양광은 선진국에 비해 88%, 박막계는 61%에 불과하다. 수소연료전지와 풍력 역시 70% 수준이다. 그나마 LED분야는 80%, 전력 IT는 선진국 대비 85% 수준이지만 전반적인 기술수준은 5~10년 정도 뒤처져 있다. 원자력에 비해 풍력은 발전단가가 3배, 태양열'태양광은 20배나 될 정도로 경제성이 떨어진다.

사실상 한계저감비용(Marginal Abatement Cost:오염물질 한 단위를 추가적으로 줄이기 위하여 소요되는 비용) 측면에서도 신재생에너지 개발전략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 유엔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앞으로 100년간 온실가스 배출을 막는 데 8천억 달러를 써도 21세기 말까지 기온 상승을 0.3℃ 줄이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1t을 줄이는 비용이 평균 20달러에 이르는 데 반해 이 정도의 배출량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2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수송 부문의 경우, 세계적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초고유가 상황에서도 하이브리드카나 수소연료전지차의 상용화는 2020년 이전에는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높은 가격 때문에 상용화된다 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20% 이상 넘기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당장에 먹을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 보다 현실적인 저탄소 녹색성장의 3대 전략을 발표했다. 3대 전략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신재생에너지 개발 비중은 현저히 축소되고 에너지 효율 시스템 개선, 즉 녹색기술과 산업의 녹색 전환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강점 분야인 정보통신(IT)'바이오(BT)'나노(NT)를 활용한 융합녹색기술 개발로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어젠다에 부응, 우리 지역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광역경제권 선도산업으로 선정, 육성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첨단기술 산업=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이란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정책 입안자나 전문가들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우리 지역이 보여준 신성장동력 사업 발굴 노력은 일종의 유행 쫓기와 다를 바 없었다. 유망한 신산업이라면 역량 분석이나 치밀한 전략 없이 우선 발부터 담그기에 급급했다. 정보기술, 바이오, 나노에 대한 투자에서부터 최근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신산업 진출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지역의 역량'과 '시장의 흐름'이다.

지금 10년 후 또는 미래 신산업에 주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존 제조업의 내실화와 관련 산업의 기업 유치로 산업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일자리도 창출되고 인구도 거주하게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굴뚝산업이라도 지역 강점인 IT나 MT를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기와 핵심부품 등을 제조하거나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융합'복합 산업을 육성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것이 바로 정부의 녹색성장 4대 발전전략 중 핵심인 녹색 전환,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이다. 미래 수종사업만 찾아 산업구조의 틀을 바꾸는 대신 현재 전자, 기계 및 부품 관련 제조업을 토대로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기와 핵심부품 등을 제조하거나 융복합화하는 데 과감하게 투자할 때이다. 정부의 취지도 그렇다.

장기적으로 불확실한 투자보다 중단기적으로 지역의 기존 산업을 '녹색기술'과 융합시키거나 혹은 이들을 그린화, 즉 '녹색 전환'해 이를 캐시카우(Cash-Cow) 산업화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이재훈 교수 (영남대 경영학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