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여파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업체가 득세하고 법망의 허술함을 이용하는 지능적인 사기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사기 사건은 해마다 느는 추세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지역에서 일어난 사기 사건은 9천318건으로 2007년 8천148건에 비해 12.6%나 늘었다. 사기범도 2007년 1만3천692명에서 지난해 1만4천515명으로 5.7% 증가했다.
100만~200만원 소액 금전거래도 사기 사건으로 둔갑하는 경향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액의 경우 돈을 갚기로 한 기일이 지나도 기다려주는 풍조가 강했지만 요즘엔 곧바로 법에 호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먹고살기 어려우니까 사회가 각박해졌다"고 했다.
◆진화하는 금융사기=저금리와 주가 하락으로 투자할 곳을 못 찾던 주부 K(45)씨는 최근 지인에게서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폐수정화제 한 봉지에 180만원을 주고 사면 195만원에 팔 수 있다는 얘기였다. K씨는 은행 대출까지 받아 2천만원을 투자했지만 정작 K씨가 받은 것은 하얀 설탕가루였다. 속은 걸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회사 관계자들이 달아난 뒤였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돈을 그러모으는 불법 금융사기 수법 역시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옥장판이나 정수기, 의료기기 렌털 사업 등이 투자 매력을 잃자 크루즈 사업, 부동산 개발, 해외 고철사업, 식품용 특수 용기, 석유 시추선 사업 등으로 투자자들을 꾀고 있다. 한 경찰은 "투자 여부를 확인하기 힘든 해외 사업 사기사건이 요즘 부쩍 늘었다"고 했다.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군인,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나 공무원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사기 행각을 벌이는 전문 조직도 많다. 대구경찰청 수사2계는 최근 현직 육·해·공군 위관급 장교 8명이 '예비역 장군의 딸'을 사칭한 Y(27)씨에게 속아 1천800만원을 떼인 사건을 수사중이다. Y씨는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육군 모 부대 소속 김모(25) 중위 등 위관급 장교 8명에게 우연을 가장해 안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친분을 쌓고 급전이 필요하다며 1천8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은 "피해 군인들이 육·해·공군사관학교 출신"이라고 밝혔다.
행정기관을 상대로 한 사기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충남 당진군은 삽교호 관광단지에 수상 특급호텔을 만든다는 업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대대적인 홍보까지 했다가 투자업체가 유사수신업체로 밝혀지면서 큰 망신을 당했다.
대구경찰청 강영우 수사2계장은 "유사수신업체의 경우 등록업체인지 관할 구청에 확인하는 게 중요하고 연 20% 이상 고수익을 약속하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며 "경기침체를 타고 각종 사기나 유사수신 행위가 득세하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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