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에 근무하는 직원은 1천명 수준이다. 하지만 전국에 있는 감사 대상 기관은 인력 정원의 60배가 넘는 6만여개에 이른다. 조직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일사불란한 지휘시스템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취임한 성용락(51)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 같은 감사원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물론 같은 차관급인 감사위원이 6명 더 있지만 감사와 관련된 결정은 순전히 그의 몫이다.
그는 감사원이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 최고 감사 기구인 감사원이 모든 감사를 다 할 수는 없는 만큼 하부 감사 기관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컨설팅해주고 안내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 감사에 있어서 창의성이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집행 절차의 적법성 등에만 너무 집착하다 보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것. "종합적 분석과 기획력이야말로 뛰어난 감사관의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1980년 고려대 법대 4학년 재학 중 행시 24회에 합격한 성 사무총장은 그의 소신대로 아이디어가 풍부한 감사원의 기획통이다. 상황 판단이 빠르고 선이 굵다는 평과 함께 원칙론자라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 사적인 인연이나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일을 처리해왔기 때문이다. 20여년의 감사원 경력 중 하이라이트로 꼽는 일은 '외환은행 매각 추진 실태' 감사. 헐값 매각 시비에 대한 전면 감사를 실시하면서 당시 핵심 요직에 있던 재경부 장관, 경제수석 등을 불러 엄정하게 조사, 정부 주장과 달리 외환은행의 불법·헐값 매각 사실을 최초로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는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을 높이기 위해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명백히 선을 그었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 기구이지만 헌법상 청와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 기관입니다. 하지만 의회에는 감사 청구권이 있어 감사원으로서는 대통령보다 훨씬 국회 종속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요즘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감사 분야는 재정 조기 집행이다. 돈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동맥 경화'로 막상 필요한 부분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다. "일선 공무원들이 규정이 애매하다는 이유 등으로 집행을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다 잘못된 부분이 있을 경우에는 면책할 예정입니다. 경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공무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뛰어야합니다."
그는 국세청을 거쳐 1985년 감사원으로 전입한 후 국제협력담당관, 법무심사관, 산업금융감사국장, 기획홍보관리실장, 제1사무차장 등을 역임했다. 감사원은 제1사무차장과 산업금융감사국장, 특별조사국장 등이 요직으로 꼽힌다. 감사원은 제1, 2사무차장이 감사 업무를 나눠 맡고 있는데 제1사무차장은 주로 경제 관련 분야 감사 업무를 담당한다. 제1사무차장 소속인 산업금융감사국과 제2사무차장 소속인 특별조사국은 감사원 내 양대 핵심 부서로 불린다.
영천 화남면 출신인 그는 현재 경희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고향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일을 노후의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몇년 사이에 확 달라지지만 고향은 언제나 그대로여서 항상 마음이 아픕니다. 국가 전체를 위한 일도 평생의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꼭 지역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는 이와 관련, 잘 나가지 않던 영천초교 동기회 모임에도 자주 참석하려고 한다. "사무총장이 된 후 영천에 계시는 백부가 전화를 하셔서 동기들이 영천시청 앞에 플래카드를 내걸었다는 소식을 전해줬습니다. 저는 고향을 떠났지만 고향은 저를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가슴이 찡해지더군요."
사투리 억양이 아직 남아있고 외모도 순박한 경상도 남자 그대로이지만 영화광이기도 하다. 요즘도 부인 임혜옥(50)씨와 함께 한달에 2, 3차례 영화관을 찾는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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