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즐겁고 안전하게…곽동협 원장의 '마라톤 건강법'

"마라톤을 힘들고 부상 위험도 큰 운동이라 생각해 시작할 엄두를 못 내는 사람이 많은데 일단 해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쉽고 즐거운 운동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됩니다."

육중한 몸매를 가진 40대 후반의 한 남자가 있었다. 30년 가까이 운동이라고는 거의 해 본 적이 없었다. 복부 비만에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찰 정도로 몸 상태는 엉망이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의 건강을 염려하며 운동을 권유해 온 의사이면서도. 그런 그가 1년도 안 돼 몸무게가 18kg이나 빠졌다. 몸도 건강해지고 자신감도 생겼다. 이제 이 남자에겐 마라톤 없는 삶을 생각할 수가 없다. 마라톤 얘기만 나오면 힘과 신이 나고, 생각만 해도 즐겁다. 곽병원 곽동협 원장(풀코스 최고 기록 3시간 15분 21초) 얘기다. 12일 열린 대구국제마라톤대회 때도 풀코스를 뛰었다. 최근 대구에 '달리기'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 너무 좋다. 곽 원장의 '마라톤 건강법'을 들어봤다.

--어떻게 마라톤을 시작하게 됐나.

▲처음부터 마라톤을 할 생각은 없었다. 2004년 여름, 누적된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일단 몸을 좀 움직여보자'는 생각에 집 주변 학교 운동장을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숨이 차고 다리도 아파 2km 이상을 달릴 수 없었다. 그러나 계속 뛰다보니 2km 벽을 넘게 됐고, 막혔던 숨이 트이고 발이 가벼워지는 것도 느꼈다. 달리기를 시작한 뒤 몸과 스트레스가 풀리고 다음날 아침 출근할 때도 피곤하기 보다 오히려 상쾌했다. 자신감이 생기면서 인터넷을 통해 달리기 독학을 시작했고 속도와 거리도 점점 증가했다. 하루하루 기량이 향상되면서 함께 달리던 고교생 아들과 강아지을 앞지르게 됐고,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하기 시작했다.

--부상 등 고비는 없었나. 또 어떻게 극복했나.

▲왼쪽, 오른쪽 무릎 인대, 오른쪽 엉덩이 관절 등 부상을 입지 않은데가 없을 정도였다. 마라톤 시작 후 3, 4달도 안 돼 하프, 풀 코스에 도전하는 등 무리한 게 화근이었다. 몸이 풀리고 적응되니까 능력 이상으로 욕심을 냈다. 그제서야 거리를 줄이고 근력 운동도 해 부상에서 벗어났다. 또 강약 조절에도 신경을 썼다. 하루 멀리, 빠르게 뛰었으면 다음날엔 가벼운 조깅이나 다른 대체 운동을 한다.

--마라톤은 특별한 사람이 하는 운동 아닌가.

▲사람들이 '완주를 어떻게 하느냐. 대단하다'고 하면 "제가 마라톤을 완주했다면 누구나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습니다"고 대답하곤 한다. 나도 예전엔 마라톤을 '나와 거리가 먼', 일부 '특이한 사람'들이 즐기는 운동이라 생각했다. 마라톤하는 친구들을 '제정신이 아니거나' '체질이 특수한 사람들'로 여겼고, 심지어 마라톤을 지나치게 신체를 혹사하는 '이상한' 운동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마라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쉽고 즐겁고 건강한 운동이었다.

--시작하기도, 이어가기도 힘든 운동인데 어떻게 하면 계속할 수 있나.

▲매일 20분 정도 달리는 것을 보름 정도 하니까 2km 이상 뛰게 됐고, 그 후 거리가 신기할 정도로 계속 늘어났다. 5km 뛸 수 있게 되면 뛸 수 있는 거리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10km 달릴 수 있으면 풀코스 완주도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마라톤 초보자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현관문 나서기'란 말이 있다. 포기, 좌절 말고 계속 달리면 재미를 느끼게 되고 어느 순간 달리는 게 쉬워진다. 물론 이때부터 욕심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부상 방지 노력도 해야 한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달리려면.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달리는 게 중요하다. 조금씩 단련하면서 거리, 속도 늘려 나가야 한다. 처음엔 걷거나 천천히 뛰면서 체중 조절하고 어느 정도 적응되면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달리다 보면 욕심이 생겨 무리하게 되고, 달리는 게 더 재미있기 때문에 근력 운동을 하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것이 문제다. 거리는 일주일에 10% 정도씩 늘리는 게 적당하다. 주법은 몸이 위아래로 많이 움직이지 않도록 보폭을 좁히고 가볍게 빨리 걷는 기분으로 뛰는 게 좋다. 마라톤 한다고 마라톤화를 바로 신는 것도 좋지 않다. 처음엔 쿠션이 좋은 조깅화가 적당하다. 준비 운동 및 마무리 운동도 철저히 해야 부상을 줄일 수 있다.

--건강 챙기려다 자칫 건강을 잃을 수 있지 않나.

▲관절이나 심장 등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무리했을 경우다. 마라토너들이 부상을 입는 이유는 심폐기능이 근력보다 빨리 좋아지다 보니 욕심이 생겨 무리하기 때문이다. 마라톤 완주하면 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도 있는데 동의하기 힘들다. 먼 거리를 달리면 간에 축적된 글리코겐이 소진되긴 하지만 마라톤 후 음식을 먹으면 바로 회복되기 때문에 간과 큰 상관이 없다. 또 마라톤을 하다 숨지는 경우도 있어 가혹하고 위험한 운동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연간 4, 5명이 마라톤을 하다 숨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마라톤 대회 때문에 부각됐기 때문이지 실제 등산 등 다른 운동을 하다 숨지는 사고가 더 많다.

--마라톤을 하면 좋은 점은 뭔가.

▲한마디로 달리면서 즐거움을 얻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운동이다. 혼자서도 신발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어 시간 및 비용면에서도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당연히 건강에도 좋다. 처음엔 운동 중 숨이 차고 혈압과 맥박이 올라가지만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몸이 적응하게 된다. 1회 심장박동 때 더 많은 혈액을 펌프질하고 더 많은 산소를 흡입할 수 있는 등 심폐기능이 좋아진다. 폐 속에 들어온 산소를 각 장기로 보내는 능력도 향상된다. 혈관벽의 유연성이 유지돼 혈압과 맥박이 갑자기 높아지더라도 견딜 수 있어 심장병이나 뇌출혈 등도 예방된다. 혈압 및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져 동맥경화증이 예방된다. 당뇨병, 골다공증, 변비, 피부미용, 비만 등에도 좋고 허리, 척추 등 자세를 교정하는데도 효과적이다. 정신 건강도 마찬가지다. 삶에 자신감이 생기고 불안 신경증, 우울증, 불면증 등 치료에도 좋다.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능력도 생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사진 설명=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마라톤은 힘들고 위험한 운동이 아니라 쉽고 재밌는 운동이라는 게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얘기다.

※곽 원장의 마라톤 풀코스 성공 비법

1. 대회 출발 한시간 전에 식사를 마치고 경기 중 15km, 25km, 35km 지점에서 파워젤이나 간식을 먹어 저혈당을 막는다.

2. 출발 1시간 이전까지 물을 많이 마시고 출발시간 직전에 화장실을 다녀온 뒤 물이나 이온음료를 200cc 정도 더 마셔 탈수증을 예방한다.

3. 마라톤 중 옆 주자와 대화를 통해 친교도 쌓고 페이스도 점검한다.

4. 날씨가 추우면 방한모, 장갑, 긴 옷 등을 입고 달려야 하고, 혹서기엔 풀코스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다.

5. 평소 장기거 훈련을 할 때 40km 이상 달리고 주 1회 이상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유·무산소 경계를 늘린다.

6. 평소 근력 강화 운동을 병행해 부상을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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