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에 비해 교육감 선거는 아직도 시민들에게는 낯설다. 전국 곳곳 교육감 선거에 있어 그 투표율이 대체로 20%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국 학부모들의 세계적 교육열에 비하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4천800만 국민 중 교육에 무관심한 사람이 과연 몇일까? 남녀노소 모두가 자녀의 장래와 관련하여 교육 문제가 참 걱정이라고들 한다. 자녀를 다 키운 부모라 해도 또 그 자녀들이 결혼하고 자손을 낳으면 교육 문제가 대를 잇는다. 게다가 아이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시골에서 소도시로, 또 대도시로 이사도 가고 심지어 외국 이민도 간다. '기러기 아빠'는 이미 옛 이야기다. 학군 좋은 동네는 집값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학교는 어떤가? 전국 고교의 모든 선생님들, 그리고 교장 교감 선생님들은 그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어 좋은 대학에 진학, 희망적 미래를 열기를 밤낮으로 열망하지 않던가?
또 학생들은? 오늘도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이른바 '노가다 공부'를 한다. 그것도 반강제적 야간자율학습이나 기숙학교 공부까지 하면서. 해마다 국민들은 대학 입시라는 범국민적 행사에 목을 맨다. 이 모두는 한국의 세계적 교육열을 입증한다.
이 세계적 교육열을 감안할 때 2006년 말부터 교육민주화 차원에서 실시 중인 교육감 주민 직선제에 대한 낮은 투표율은 실망스런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시의 경우는 15% 정도, 지난 8일 실시한 경기도는 12% 정도다. 전체 유권자 7, 8명 중 1명만 참여한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우리의 참여 민주주의 수준이 매우 낮음을 뜻하며, 다른 편으론 교육 문제와 관련, 우리가 이율배반적임을 뜻한다.
게다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인격체를 양성하는 교육 분야의 리더들이 최근 서울, 경북, 충남 등지에서 보듯이 부정 선거, 인사 청탁, 뇌물 비리 등으로 얼룩지고 따라서 엄청난 비용의 재선거나 보궐선거를 거듭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충남은 그 이전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 뒤 2008년 6월에 교육청이 혈세를 57억 원이나 들여 재선거를 치렀음에도 새로 당선된 교육감이 또다시 인사 청탁성 뇌물 비리 등으로 낙마했다. 이제 또 교육청은 95억 원의 혈세를 써야 한다. 경북도 마찬가지다. 직선 교육감은 사학 재단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 도중 사퇴했다. 이제 충남과 경북은 오는 29일에 잔여 임기를 불과 14개월 남기는 교육 수장을 다시 뽑아야 한다.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해 보자. 우리 아이들의 장래, 나아가 우리 사회의 장래를 방향 짓는 교육감 선거, 그것도 고액의 혈세를 들여 주민 직선으로 하는 선거, 이에 대해 결코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부정과 비리가 판을 치고 썩은 관행들이 냉소를 강요할 때 오히려 우리는 더욱 지혜와 통찰의 눈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 기준은 결코 그 후보자들의 화려한 학벌이나 지위보다 기본적 교육 철학이나 실제 살아가는 모습이어야 한다. 겉보기에 출세를 하고 일류주의 강박증에 빠져 또다시 아이들을 성과주의와 경쟁 지상주의로 몰아넣을 그런 인물인지 아니면 겸허한 자세로 현장의 선생님과 아이들의 필요나 마음을 읽어내며 바른 교육을 위해 헌신할 인물인지 잘 가려야 한다. 그래야 교육이 살고 아이들이 산다.
다행인 것은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언론들이 온갖 색깔 공세로 비난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보수적인 성남, 분당, 일산, 과천에서조차 수월성 교육을 강조한 김진춘 후보보다 평등한 교육을 강조한 김상곤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진 사실이다. 경기도 44개 선거구 중 29곳에서 유권자들은 보수성향의 김진춘 후보가 아니라 혁신성향의 김상곤 후보를 선택했다. 이는 유권자들이 비록 겉으로는 아이들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도시권에 계속 살고 있지만 마음속에서는 일제고사, 국제중, 영어몰입 등 이명박 정부의 시장주의 교육 정책에 대해 깊은 불신을 보냄을 증명한다.
'백년지대계'라 하는 교육, 그 교육의 리더인 교육감을 뽑는 오는 29일, 경북과 충남의 유권자들이 세계 최고의 교육열답게 높은 투표 참여율을 보이고 지혜로운 선택을 하길 바라는 것은 과연 나만의 일장춘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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